[단독]재판장과 식사만남 정운호측 브로커 횡령 등 10건 연루… 한때 유흥주점도 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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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기-도박사건 등에 등장… 재판장과 교류 경위 등 주목
논란의 판사, 사기전력자와 美여행도

100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의 항소심 첫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L 부장판사가 사건 배당 당일인 지난해 12월 29일 일식집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한 정 대표 측 ‘브로커’ 이모 씨(56)는 30억 원대 횡령 혐의 등 총 10건의 송사에 연루됐고, 과거 나이트클럽 등 유흥주점의 실제 소유주였던 사실이 27일 확인됐다. 또 사기 전력이 있고 사건 수임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사와 함께 L 부장판사가 미국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2008∼2009년 제주 제주시 연동 일대에서 나이트클럽 등의 실소유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27일 본보 취재 결과 밝혀졌다. 주류 공급업체 J사에 따르면 이 씨는 유흥주점 3곳의 실소유주였다. 또 이 씨는 2009년 나이트클럽과 가라오케를 운영할 영업장을 빌렸다가 임대보증금 잔금과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은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이 씨가 정 대표를 속이고 사업비 20억 원을 가로챘다가 올해 2월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모 씨(51)로부터 사업비 일부를 받은 정황도 판결문에 있다. 정 대표는 서울메트로 지하철 상가 운영권을 가진 S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비용으로 김 씨에게 160억 원을 건넸다. 김 씨는 법정에서 “20억 원 중 일부를 서울메트로 대관업무를 한 이 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정 대표의 도박 사건에서는 P호텔에서 같이 도박을 다니는 ‘들러리’로도 등장한다.

이 씨는 2007년 코스닥업체 I사의 회삿돈 3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이듬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적이 있어 검찰에서는 주로 ‘브로커’로 분류됐다. 그래서 이 씨와 L 부장판사가 언제 어떻게 만나 교류해 왔는지, 사건 처리에 영향을 준 것은 없는지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L 부장판사는 26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과거에 다른 사람을 통해 이 씨를 알게 됐다.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일 뿐”이라고 밝혔다.

L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사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골프 강사’ 정모 씨와 같은 해 11월 미국 텍사스 골프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정 씨는 골프관광 명목으로 피해자를 중국으로 유인해 바카라 도박으로 거액을 잃게 만든 뒤 돈을 갚아주는 형태로 속여 총 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문제는 정 씨가 L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사건 수임에 영향을 끼친다는 뒷말이 무성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 씨가 L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사건 수임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L 부장판사는 “정 씨와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로 해외여행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도 함께 부담했다. 현지에서 여행을 했고, 도박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정 씨가 이런 사건에 연루된 인물인지는 전혀 몰랐다. 오늘 (언론 요청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장관석 jks@donga.com·배석준·권오혁 기자
#네이처리퍼블릭#정운호#재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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