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 국정 실패 사과하고 대전환 선언하라

시민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참패를 안김으로써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퇴행을 심판했다. 민심을 거스른 정권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정부·여당에 큰 회초리를 들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시 확인하고, 어떻게 고칠 것인지 점검해보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으로 최악의 취업난, 성장률 하락, 비정규직 확대, 양극화 심화 등을 초래해 서민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테러방지법 제정, 누리과정 예산 회피, 위안부 문제 졸속 협상 등으로 국가와 사회의 퇴행을 초래했다.

성장 과실이 시민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명제는 거꾸로 갔다. 반칙과 편법, 차별 관행 철폐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도 멀어지고 있다. 돈을 풀고 규제를 완화해도 대기업 배만 불릴 뿐 낙수효과는 없었다. 고용 없는 성장, 중소기업·자영업자 몰락, 노동시장 양극화, 중산층 붕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정부는 경제가 선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시민은 거의 없다.

지난 3년간 경제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정부의 성장 위주 정책기조에 대해 국제기구에서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부자들의 모임인 세계경제포럼조차 소득 주도 성장을 얘기하고 있다. 총선 의제로 떠올랐던 최저임금 인상과 같이 시민 소득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높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서민들이 급속하게 월세로 쫓겨가고 있다. 시대적 추세라며 전세 소멸을 부채질하는 듯한 정부는 무책임하다. 월세시대가 연착륙하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중산층 월셋집인 뉴스테이보다 서민 임대주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총선 때문에 잠시 미뤄뒀던 부실기업 구조조정 또한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금기어가 된 증세에 대한 논의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가 내년 3월 배포하겠다며 현재 저술 중인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 대통령이 시민 목소리에 귀 닫은 대표적 사례이다. 획일적 교육 및 역사 왜곡 우려 등 온갖 반발을 무시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박 대통령이 바로잡는 쪽으로 결단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책임진다”는 대선 공약을 깨고 지방교육청에 떠넘긴 누리과정 예산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예산을 전액 또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3분의 2가량 부담하는 게 마땅하다. 사고 후 2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월호 문제는 특별법을 개정해 독립적인 조사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개혁, 야권은 개악이라고 맞섰던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노동개혁 법안은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고용노동부 지침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양대지침도 손질 필요성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중간평가인 총선에서 낙제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시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 실패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정책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제 일방통행은 불가능해졌다. 여소야대 3당 체제에서 필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이다. 남은 임기는 22개월뿐이다. 좋은 대통령으로 기억되도록 바로잡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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