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부재 ‘총체적 부실’… 책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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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10.20. 오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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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점검 대상 아니다"… "우리가 주최 안했다"

사고책임 기관 놓고 주최측 공방
27명의 사상자를 낸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는 안전의식과 관리 부재 등 총체적 부실로 발생했다. 행사 주관사 측에서는 안전 대비책이 전무했고, 소방당국은 사고현장이 안전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점검 요청을 묵살했다. 사고 이후에는 책임 공방까지 일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경기도·성남시 합동대책본부는 19일 성남 분당구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책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책본부는 사고 책임 기관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김남준 대변인은 “현재는 누구의 잘못이냐, 책임이 크냐를 가리기보다는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며 “책임 여부는 추후 법적으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 페스티벌’ 행사 포스터 등에는 경기도와 성남시, 경기과학기술진흥원(경기과기원)이 공동 주최자로 명시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연 예산은 애초 2억원으로 책정됐으나 7000만원으로 축소됐고, 예산은 과기원 3000만원, 성남시 1000만원, 기업체 3000만원 등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하지만 성남시 측은 ‘지원 계획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앞으로 사실관계를 더 조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테크노밸리 축제의 안전계획서를 작성한 경기과기원의 오모(37) 과장은 사고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과기원 김춘식 본부장은 경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숨진 오 과장으로부터 성남시가 500만원을 지원하기로 돼 있어서 공동 주최자로 포함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기도와 성남시는 행사장 안전관리에 대한 관련 근거를 들어 주최 측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국토의 계획 및 시행령’에 따라 마련된 성남시 경관광장 조례에는 사용신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사고가 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은 ‘일반광장’으로 분류돼 신고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방당국은 이 같은 이유로 과기원 측의 안전점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원 측은 이데일리의 요청을 받아 지난 10일 ‘행사를 앞두고 안전점검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분당소방서 측에 전달했지만, 소방서 직원은 행사장이 점검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점검을 거부했다. 분당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행사장이 근접거리에 있어 신속한 출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했고,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해명했다.

주관사 측의 안전요원 준비와 관리가 허술했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 이데일리는 이번 행사에 2000여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안전요원 4명을 배치한다고 계획했지만 실제로는 안전요원이 없었다. 경찰이 경기과기원으로부터 ‘교통질서 유지와 주변 순찰’ 협조 공문을 받고, 행사 당시 지구대 순찰차 2대와 교통경찰차 1대를 배치했지만, 순찰차 2대는 112신고를 받고 다른 곳으로 출동해 사고 난 행사장에는 없었다.

목격자 장모(27·여)씨는 “사람들이 몰리는 현장을 통제하는 요원을 본 적이 없었다”며 “심지어 환풍구 밑으로 수십명이 떨어졌을 때에도 주관사 측에서는 사고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 수분 동안 공연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당초 사업계획서(행사계획서)와 다른 곳에 무대가 설치된 것도 논란을 빚었다.

대책본부는 “문제의 환풍구는 사업계획서상 무대 뒤편에 위치해 있었으나 현장 미팅 때 이데일리 측 관계자가 무대 위치 변경을 요구하면서 환풍구가 무대와 마주 보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갑작스럽게 무대 위치를 변경한 이유 등을 조사 중이지만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40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라고 통지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경찰에 따르면 사고 이틀 전인 15일 주최 측이 분당경찰서 경비과에 가서 안전점검을 요청했고, 경찰서는 주최 측에 안전요원 40명을 배치하라고 통지했다고 한다”며 “다만 경찰은 구두로만 통지했을 뿐 녹음해놓지는 않아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류희인 충북대 교수(행정학)는 “이번 사고로 소규모 공원이나 공연장의 무방비한 안전관리 문제가 드러났다”며 “유사한 공연장소의 안전관리를 누가, 어디까지 할 것이냐를 두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뒤 관련법 정비 등을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오영탁·염유섭·김건호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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