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민생, 사라진 정부

‘안전 사각지대’ 내몰린 하청…지하 15m서 ‘쾅’ 가스 폭발

최인진·김형규·이혜인 기자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사고

밀폐된 공간서 작업 중 사고

노동자 17명 중 14명 사상

경기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 붕괴사고는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사고 근로자들은 모두 시공사 하청업체 소속으로, 건설·토목 업계에 관행인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이뤄지면서 안전보다는 공사비가 우선되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고는 1일 오전 7시30분쯤 남양주시 진접읍 진접선 지하철 4공구 공사현장에서 용단(용접·절단)작업 중 폭발로 공사현장이 붕괴되면서 15m 아래에 있던 근로자들이 매몰됐다. 이 사고로 서모씨(52) 등 4명이 숨졌다. 1명은 폭발 충격으로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으며, 나머지 3명은 매몰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안모씨(60) 등 10명은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이 중 3명은 화상이 심해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b>“후진국형 인재”</b> 1일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지하철 4호선 진접역 연장공사장 붕괴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매몰자를 구급차에 옮겨 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후진국형 인재” 1일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지하철 4호선 진접역 연장공사장 붕괴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매몰자를 구급차에 옮겨 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현장은 금곡리 주곡2교 부근으로, 근로자 17명이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의 하청업체인 ‘매일 ENC’ 소속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가 폭발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1차 현장 조사에서 주곡2교 하부 개착구간(터널 공사 시 위에서 땅을 파고 들어가는 작업) 내 철근 조립을 위한 용단작업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그 충격으로 구조물이 붕괴돼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폭발 규모로 미뤄 며칠 전부터 계속 용단작업을 한 만큼 호스에 불을 붙이는 순간 구덩이에 차 있던 프로판(LP)가스가 터진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스관에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과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이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가스통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이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가스통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협소한 지하 공간에서 위험한 가스 관련 작업을 할 때 사고예방 조치가 이뤄져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사업체 관리 책임자 등을 상대로 안전관리 준수 여부와 업무상 과실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고질적인 하청사 관행으로 인한 인재라고 비판했다. 김양곤 플랜트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안전 문제는 하청업체가 관리할 역량이 안된다. 원청업체가 안전 관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유엔도 국내 산업현장의 하청 구조에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달 23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방한해 정부 관계자와 대기업, 인권단체 관계자들을 만난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유엔기업과 인권 실무그룹’은 1일 방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하청업체에 관한 원청의 책임을 강조했다. 단테 페스케 의장과 마이클 아도 위원은 “현재 많은 기업이 1차 하청업체까지만 책임을 지고 있지만 기업의 영향이 미치는 모든 단계에 책임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방한 기간 중 직접 방문했던 현대중공업의 사례를 들며 산업재해 위험이 큰 기업들은 하도급 직원의 안전 조건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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