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동초제 심청가 발표회 내달 2일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서

“관객이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내달 2일 오후 4시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동초제 심청가 완창 발표회를 앞둔 소리꾼 박선희(47·사진). 그는 관객들을 만날 생각에 기분 좋은 떨림을 만끽하는 모습이다.

영남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수료를 마친 박선희는 주운숙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심청가 이수자인 주운숙 선생은 사단법인 동초제 판소리보존회 대구광역시지회장을 맡고 있다.

‘동초’란 김연수 선생의 호이며 ‘동초제 심청가’는 김연수 선생이 생전에 부른 심청가제이다. 장단이 빠르며 발림(판소리에서 하는 몸짓이나 손짓)이 적은 경상도 동편제의 우람함과 장단이 느리며 발림이 많은 서편제의 아련함이 어우러진 것이 동초제이다. 동초제는 가사와 문학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설이 정확하고 너름새(동작)가 정교하며 붙임새(장단)가 다양하다.

   

3시간 30여 분 간 이어지는 동초제 심청가 완창을 위해 박선희는 매일 집 근처 산을 찾는다. 오전 6시가 되면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천양산 갈마봉 끝자락을 무대 삼아 소리 삼매경에 빠진다.

새벽 공부가 좋다는 소리꾼 박선희는 여름에는 동이 트는 오전 4시부터 매일 4시간씩 소리를 했다. 그러고는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에 있는 ‘판소리연구소’라는 개인연습실을 찾아 또 소리를 한다.

박선희는 “목이 악기인 우리 같은 사람은 대개 새벽에 찬 공기 마시는 걸 꺼린다. 원래 아침에는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법인데 그래서 나는 아침에 한다. 그래야 소리가 커지고 무게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세 아이를 다 키워놓고 서른다섯이 돼서야 판소리를 시작했다.

결혼 전에는 창원이 주 활동무대였던 풍물패 ‘문지방’에서 10년 정도 풍물놀이를 하기도 했는데, 우리 소리에 대한 목마름에 아이를 둘러업고 공연장을 쫓아다니며 귀동냥을 하던 그였다.

늦을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심경으로 자신을 단련해온 소리꾼 박선희는 추임새를 넣어주는 관객을 만날 무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소리꾼 박선희의 공연 모습.

판소리에서 단연 으뜸은 청중이다. 그리해서 ‘일(一) 청중, 이(二) 고수, 삼(三) 명창’이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명창이 있기 전에 고수가 있어야 하고, 고수가 있기 전에 청중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추임새를 넣는 청중을 만나면 소리꾼은 흥에 겨워 3시간 30여 분 이어지는 판소리 완창도 거뜬하다.

박선희는 “공연 중에 얼씨구, 지화자, 그렇지와 같은 추임새를 받으면 힘이 절로 난다. 공연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오해로 많은 청중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막과 막 사이에만 박수갈채를 보내는 오페라나 교향곡에만 익숙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판소리 공연장을 찾아 주고받는 우리 소리 맛을 즐겨보길 권한다.

무료. 문의 010-9244-7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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