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꽃보직’ 계파전 내막

밥그릇 챙기려면 밥상부터…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최근 자유한국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년 총선에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몸을 풀기 시작한 눈치다. 최근 상임위원장과 총선 요직을 두고 도사리고 있던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집안싸움’ 이면엔 더 깊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 지난 5일, 자유한국당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도중 황영철 의원이 지도부서 의총을 비공개로 전환하려 하자 항의하고 있다.

국회엔 17개의 상임위원회와 7개의 특별위원회가 있다. 의원들은 법제사위, 국방위, 여가위 등 각자 전문 분야를 정해 위원회 활동을 하게 된다. 회사로 보면 사원의 부서 배치와도 같은 셈이다. 본회의에 올라갈 법안을 심사하기에 의원들의 주요 의정활동은 대부분 상임위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상임위원회를 이끄는 위원장은 주로 3·4선의 중진 의원들이다. 보통 평의원 사무실은 본청 옆 의원회관 건물에 마련되는데, 위원장 사무실은 국회 관계자들에게 접근성이 더 좋은 본청에 마련된다. 지난해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됐던 특수활동비는 폐지됐지만 위원장에게 주어지는 혜택과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

자리 눈치싸움
내부는 뒤숭숭

상임위원장은 국회법 제49조에 따라 위원들의 의사를 정리하고 질서 유지권을 발동할 수 있다. 이어 위원회의 의사 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위원장은 위원들의 발언 기회와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의안 회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단순해 보이지만 행간을 살피면 위원장이 본인의 입맛에 따라 회의를 ‘좌지우지’할 여지가 엿보인다. 여야의 이견이 있을 때 위원장이 결국 ‘조정자’의 역할로 나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위원장 소속 정당의 의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6월 사개·정개특위의 활동 기한 연장 조건으로 두 특위 중 한 곳의 위원장 자리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이 맡기로 한 조건이 합의되자,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이를 크게 우려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한국당에게 넘겨주게 되면, 위원장이 본인의 권한으로 법안을 저지해 선거법 개정안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자유한국당)은 “각 상임위원회가 한국당과의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허용되는 한 해당 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법사위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한 체계 및 자구 심사를 담당한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을 법사위원장이 상임위로 다시 회부할 근거 조항은 국회법 어디에도 없다. 바꿔 말하면 법조인 출신인 여 위원장조차도 ‘월권’의 선을 알지 못할 정도로 법안 처리 과정서 위원장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임위 등 요직 두고 계파 갈등 수면 위로
또 집안싸움?…지도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예산과 직결되는 상임위원장은 의원들에게 단연 매력적인 자리다. 위원장이 되면 안건 조정이 가능해 지역구에 가져다줄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들이 따낸 지역사업 예산금액은 의원 본인의 성적표와도 같다.

특히 한국당 박순자 의원이 맡고 있는 국토교통위원장은 상임위 중 ‘금싸라기’ 자리다. 국토교통부나 주택공사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지역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여의도서 국토위는 의원이 의원에게 쪽지 예산, 문자 예산 등의 방식을 동원해 로비하는 곳으로 통할 정도다.


최근 박 의원은 노른자 보직인 국토위원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버티기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후반기 원 구성 때 자당에 배정된 7개 상임위원장 중 다섯 자리의 임기를 쪼개 2명이 1년씩 번갈아 맡기로 했다. 당시 국토위원장은 박 의원과 한국당 홍문표 의원이 각각 1년씩 맡기로 했지만, 박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원장 사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위원장의 자격인 3선 이상 의원들은 많은데 위원장의 임기는 2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의원들끼리 위원장 자리를 1년씩 돌아가며 나눠 갖는 ‘쪼개기’ 편법이 생겼다. 하지만 이는 의원들끼리 만든 관행적 ‘룰’에 불과해 법적인 대응을 할 수단이 없다. 박 의원이 이 같은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박 의원은 “1년씩 자리 나누기에 합의한 바 없다”며 두 차례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에 홍문표 의원은 “박 의원의 몽니는 과욕을 넘어 당을 욕보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당 지도부의 설득에도 박 의원이 물러서지 않자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다시 급물살을 탔다.

총선 대비
전초전 양상

결국 나 원내대표는 윤리위에 박 의원의 징계안을 회부했고, 당 윤리위는 지난 17일 징계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하지만 박 의원에게 사실상 징계 수위는 큰 의미가 없다. 상임위원장은 당직이 아닌 국회직이라 자발적으로 사임하지 않는 이상 강제로 뺏을 수 없는 자리기 때문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토위원장이 매력적인 자리라지만, 박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가진 당 지도부의 장악력까지 훼손시키는 큰 위험을 감수했다. 왜일까.

일각에선 박 의원의 버티기를 두고 지역구인 안산 단원을에 출마하려는 경쟁 상대가 당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나를 잘라봐야 누가 할 사람 있겠냐는 마음일 것”이라며 “경쟁자가 있었다면 저렇게는 안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사 당내 경쟁자가 나타나 공천 ‘학살’이 된다 해도 지역구서 박 의원은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성적 좋은 학생’이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와도 승산이 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에선 오는 8월 서울과 안산을 잇는 신안산선 착공식이 열린다. 신안산선 사업은 지역의 최대 숙원인 만큼 그때까지 버텨 유권자들의 민심을 사는 게 내년 총선에 더 유리할 거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당내 지도부의 분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도 ‘미운 오리’는 잠깐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 때면 당도 지역민들도 박 의원을 함부로 팽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선도 긴장
초선도 긴장


예결위원장 자리를 두고 일어난 당내 분란도 최근 논란이 됐다. 지난해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 당시 한국당 안상수 의원과 황영철 의원이 1년씩 돌아가며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나, 지난 3월 안 의원이 사임해 황 의원이 예결 위원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황 의원의 상황을 이유로 당내 경선을 요구했고, 지난 5일 황 의원이 결국 경선을 거부하면서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비박(비 박근혜) 복당파’인 황 의원보다 친박(친 박근혜)인 김 의원을 예결위원장으로 두려는 지도부의 속내가 반영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황 의원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리싸움이 시작되니까 계파 본색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이라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불거진 계기가 된 셈이다.
 

▲ 국회 국토교통위워장인 박순자 의원

한편 지난 7일엔 당 지도부가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원장직 교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장이 보건복지위원장을 겸직해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 원장은 지난 3월 당 중도층 확장을 위해 당 최고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장에 임명됐다.

이후 김 원장은 당내 요직 중 유일한 비박계 인물로 취임 이후 차별화된 노선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선거 전략과 총선 여론조사 데이터를 주관하기 때문에 공천과 내년 총선을 위해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김 원장에 대한 갑작스러운 교체 시도를 두고 친박계가 총선 공천을 주도하기 위해 친박계 인물로 교체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한국당은 박맹우 사무총장, 민경욱 당 대변인,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등 당내 주요 요직은 모두 친박계 인물이 맡고 있다. 비박계서 “친박계가 남은 여의도연구원장까지 맡아 내년 공천을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한국당 내 비박계 의원은 “공천 전략을 짜는 여의도연구원장과 공천을 집행하는 사무처가 같은 계파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 당이 일부 몇 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막강 권한을 잡아라!
무리로 움직이는 친박

일각에선 당내 주류를 형성한 친박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박계 축출에 노골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친박계 한선교 의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해 공석이 된 사무총장 자리에 복당파인 이진복 의원이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당내 강성 친박 의원들이 탄핵 과정서 탈당했던 인사를 사무총장에 앉힐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 결국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이 임명됐다.

박 사무총장은 “당 운영서 친박·비박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서 이번 일을 계파 갈등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 계파 갈등은 당 내분을 일으키는 고질적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권한대행 출신인 황 대표와 친박의 지지를 등에 업은 나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로 선출됐다. 태생적 한계가 여전한 상황서 당내 불협화음이 계속되자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과 나경원 원내대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대규모 인적쇄신이 필요한 당 지도부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는 셈이다. 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공천이 다가오니까 공천을 받겠다는 과정서 또 힘의 결집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이 없다 보니 인물을 볼 때도 누구랑 가깝고 어느 캠프에 속해 있었고 이런 것만 본다. 그러니 자꾸 계파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도 “당 지도부가 친박들이나 만나고 다니는 게 무슨 보수 대통합”이냐며 “친박 2중대로는 총선서 이길 수 없다”고 지도부를 비판한 바 있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CBS와의 통화서 “상임위원장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윤리위 회부까지 가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지도부가 뭘 하길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드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달 한국당을 탈당해 우리공화당에 합류한 홍문종 공동대표도 보수 분열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홍 공동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현역 40명 이상이 추가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친박계의 재결집을 암시한 바 있다.

또 분열?
답 없나?

한국당이 저조한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대규모 친박계 공천 물갈이를 단행할 경우, 공천서 탈락한 이들이 우리공화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친박계와 각자도생하는 비박계의 행보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계파 갈등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총선을 위해서는 계파 갈등으로 보수가 분열했던 과거를 뿌리 뽑는 당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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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