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용균 사고는 민영·외주화의 산물”이라는 특조위 보고서

2019.08.19 20:40 입력 2019.08.19 20:44 수정

“작업 지시를 다 지키고 죽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가 19일 지난해 12월11일 새벽 충남 태안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24세 비정규직 김용균씨 사고에 대해 이렇게 결론지었다. 4개월간 1만여 노동자에게 묻고, 현장과 서류를 들여다본 진상조사의 답이 그날의 죽음은 김씨 책임이 아니라는 데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익히 짚어진 ‘2인1조 근무 위반’식의 표상적 지적을 넘어 그 죽음의 끝에는 민영화·외주화의 허상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억울함이 풀렸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누구나 아들 잘못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간에는 단서가, 증거가 없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해 말 김용균법 국회 처리를 위해 온몸을 던진 그로선 8개월 만에 받아든 특조위 보고서의 감회가 남달랐을 듯싶다.

진상보고서는 이라크전쟁 희생자보다도 한 해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산업재해를 실증적으로 그려냈다. 손상·중독 경험 비율은 발전사보다 자회사 노동자가 7.1배 높고, 협력사는 8.9배까지 치솟았다. 석탄발전소에 협력사 노동자가 1명 증가하면 연간 작업 손상이 0.75회 늘어난다는 수식도 도출됐다. 발전사 정규직 임금이 100이면 자회사 정비는 77, 협력사 연료운전은 53, 2차 협력사 노동자는 31을 받는 것으로 비교됐다. 국가가 인건비를 따로 지급하는 계획정비공사도 노임으로는 3~25%만 지급됐다. 업주들만 땅 짚고 헤엄치고, 노동자 주머니를 향한 세금은 중간에 흩어진 것이다. 보고서는 발전5사 분할이 외주화 속도를 높이고, 하청 노동자 확대로 갔다고 짚었다. 기술 향상과 원가 절감을 경쟁시키겠다던 민영화 구호는 바래고, 발전사가 단기·미숙련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공기업이 됐다는 냉정한 평가다. 굳이 발전사에만 국한되지 않을 얘기다.

안전 잣대에서, 특조위 권고는 구체적이고 궁극적이다. 김용균씨가 속했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를 직접고용하고, 임원진에 안전보건담당이사를 두고, 노동안전 문제는 원·하청이 공동교섭하도록 했다. 법·제도적으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담겼다. 특조위를 이끈 김지형 전 대법관은 “노동안전을 한 발자국이라도 앞당기게 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번 보고서가 대한민국을 돌아보는 거울, 변화의 분기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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