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민심 수용한다면 세월호 진상규명에 앞장서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6일로 꼭 2년이 된다.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탑승객 등 모두 304명이 생명을 잃었지만 비극의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 잠겨 있고 실종자 9명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비장하게 국가개조를 외쳤으나 집권세력은 사건 해결의 첫 단추인 진실규명을 외면했고 세월호 지우기에만 골몰했다. 시민들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를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탐욕과 선장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몰고가면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애도마저 정치투쟁으로 왜곡한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는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민의의 준엄한 심판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 법률 대리인으로서 활동했던 박주민 변호사가 서울 은평갑 선거구에서 자신을 세월호 점령군이라고 비난한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한 사실이 보여주는 바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과연 세월호 민심을 얼마나 겸허하게 수용할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하는 특별법 개정안과 특검 수용 여부를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세월호특별법이 시행된 2015년 1월1일을 특조위 활동 시작일이라고 하면서 올해 6월까지만 활동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별법 시행령이 지난해 5월 발효됐고 특조위 사무처를 구성한 것이 7월, 첫 예산이 배정된 것이 8월이란 점을 감안하면 특조위 활동을 가장 빨리 종결시킬 수 있는 시점으로 법적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봐도 세월호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정부가 6월 말 특조위에 파견된 인력을 복귀시키고 예산 배정을 추가로 하지 않으면 특조위 활동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월호 유족들은 1년6개월인 특조위의 활동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 더 보장하고 조사 방해에 대한 수사권을 갖도록 하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했다. 새누리당이 총선 민의를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한 달 반 남은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 세월호 선체 인양작업은 현재 오는 7월까지 육상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선체 조사는 진상규명의 핵심이다. 특조위가 선체 인양 후 정밀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특조위의 청문회에서 제기된 청해진해운의 선내 대기방송 지시, 해경의 녹취록 조작 등 각종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집권세력은 세월호특별법이 650만명의 서명으로 제정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시민들의 요구는 국가 조사기구를 통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였다. 새누리당은 특조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않는 대신 특검을 요청하면 즉시 수용하겠다고 야당과 합의했지만 지난 2월 특조위가 국회에 보낸 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에 대한 특검 요청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유족들에게 “특검도 해야 한다”고 했던 박 대통령의 약속도 속임수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300명이 넘는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 후에도 부실구조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정부라 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세월호 참사는 억지로 지울 수 없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총선 민의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진상규명과 안전시스템 구축이 없는 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탈상은 어렵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피로감을 주장하면서 이제 잊자는 분위기가 갈수록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미래세대인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다. 참사의 교훈을 학생들과 나누려는 전교조의 세월호 관련 공동수업을 정치투쟁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시민을 보호해줄 것이란 믿음을 무너뜨렸다. 이는 수십년간 누적된 적폐의 결과이기도 하다.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날까지 세월호 사건이 현재 진행형이란 점을 야당도 외면해선 안된다.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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