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세월호 ‘그날’, 음악으로 되새기다

박경은 기자

참사 500일 추모앨범 ‘다시, 봄’

▲ 정민아·요조 등 다양한 뮤지션 참여
도종환·송경동 시인… 11편의 시도 수록
25일 서울시청서 발매 기념 무료 공연

“올 초 어느 북 콘서트에 참여했다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세월호 사건 추모를 위해 문인들이 모은 글을 엮은 책이었는데, 문득 음악 하는 사람들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참사 1주기가 고작 석 달밖에 안 남았던 시점이라 마음이 급했죠.”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는 자신의 전화번호부에 있는 뮤지션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음악인들의 프로젝트 ‘다시, 봄’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엔 참사 1주기에 맞춰 앨범을 발표하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출발했다가 사람들이 모여들고 생각이 더해지면서 일이 커졌다. 추모의 노래를 담은 앨범에다 추모의 시를 담은 앨범까지 모두 2장으로 구성된 앨범을 만들기로 했다.

프로젝트명 ‘다시, 봄’은 가장 먼저 곡을 써 온 싱어송라이터 사이(Sai)의 곡 제목을 따랐다. ‘다시 봄이 오네 아름다운 섬에/ 아무 말 없이 해가 떠오르네/ 떠오를 것은 따로 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오오 기울어진 봄, 오오 변한 게 없는 봄’. 여러 뮤지션들이 합창한 이 곡은 지난 4월16일 발표됐다. 이 곡을 타이틀로 한 앨범 <다시, 봄>은 참사 500일을 맞는 이달 말에 맞춰 발매된다.

‘다시, 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이 오는 25일 열리는 공연 연습을 위해 서울 갈현동의 한 연습실에 모였다. 왼쪽부터 하이미스터메모리, 정민아, 말로, 사이, 도마, 김목인.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다시, 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이 오는 25일 열리는 공연 연습을 위해 서울 갈현동의 한 연습실에 모였다. 왼쪽부터 하이미스터메모리, 정민아, 말로, 사이, 도마, 김목인.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앨범 작업에는 각 장르의 다양한 뮤지션들이 뭉쳤다. 정민아 외에도 사이, 재즈가수 말로,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이 함께했다. 요조, 강승원, 하이미스터메모리, 권나무, 도마, 조동희, 최우준, 정보용, 이성혁, 박진아 등도 힘을 보탰다.

시 낭송 앨범에는 황현산, 도종환, 백무산, 공광규, 안상학, 안현미, 송경동, 박성우, 김사이의 작품이 실린다. 성우 김상현과 뮤지션 한동준, 강인봉은 낭독자로도 참여한다. 모두 9곡의 노래와 11편의 시가 수록된다.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이 너무 궁금한데 확실한 대답도 없고 밝히려는 의지도 없잖아요. 이렇게 그저 묻히는 것을 막고 계속 기억하기 위해 이 작업이 시작됐어요. 그렇다고 그저 슬프기만 한 추모가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우리 개인이 그동안 느껴왔던 이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해결되지 않는 과거는 결국 미래에 돌아오니까요.”(김목인, 정민아)

“작업을 하면서 우리만의 약속이 있었어요. ‘바다’ ‘기억할게’처럼 상처를 헤집을 수 있는 단어는 피하자고 했지요. 앉아서 울기만 하는 되새김의 도구가 아니라 음악적으로 생명력이 있는 곡을 만들자고요. 지속적으로 불릴 수 있는, 정신적 지지대가 될 노래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말로)

“변하는 것 없이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지요. 우리들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말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사이)

이들은 오는 25일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시청 다목적 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입장은 무료다. 앨범 판매 수익금은 4·16연대에 기부돼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에 사용된다.

“지금껏 꽤 오랫동안 노래했는데도 이제야 음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아요. 그 시대를 고민하고 대변해야 대중음악으로서 의미를 갖는데 현재의 음악은 그 의미를 상실했어요. 예술의 위대한 힘은 고통을 승화시키고 극복해 내일을 향해 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데 있어요. 우리들의 이 노래가 그런 힘이 되길 바랍니다.”(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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