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과 파행, 한탕주의 ‘쇼’로 오염되고 있는 국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질적인 첫 국정감사가 지난 10일부터 시작됐지만 초반부터 정쟁과 파행, 한탕주의 ‘쇼’로 얼룩지고 있다. 첫날 법사위 국감은 자유한국당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면질의를 요구하고, 여당은 삼권분립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파행을 빚었다. 교육위 국감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해 정상 진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2일 정무위 국감은 정무위원장 민병두 의원실 직원의 금융위원회 채용 관련 의혹 등을 놓고 여야가 대립, 정회를 거듭했다. 법사위는 이날도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 사면’ 발언에 항의해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굴절됐다. 하루도 빠짐없이 여야의 대립으로 상임위 파행 사태가 초래된 셈이다. 국정감사가 초반부터 여야의 정쟁과 일탈로 오염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자극적인 소품을 동원한 보여주기 이벤트, 근거 없는 폭로 행태도 여전하다. 퓨마와 닮았다며 벵골고양이를 국감장에 들고나온 한국당 김진태 의원,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상대로 맥락 없는 질문 공세를 퍼부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가짜뉴스’ 대책을 비판한다며 암세포 사진을 활용한 현수막을 펼친 한국당 박대출 의원 등이 그런 구태를 재현한 경우다. 국감과 상관없는 논쟁과 ‘깜짝쇼’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기엔 다루어야 할 국정 현안이 너무 많다.

정상궤도 이탈 조짐을 보이는 국감 진행에 대한 여야의 평가도 ‘사돈 남 말 하는’ 격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떼쓰기와 정치공세로 막장국감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한국당은 “민주당과 청와대는 막장국감, 정쟁국감으로 국정감사가 마비되는 것을 획책한다”고 공격한다. 공방에 앞서 상대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게 돌려 자성해보길 바란다.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수행하고 예산을 쓰는지를 따짐으로써 국정을 감시·견제하는 것이 국감의 본령이다. 여기서 야당이 정부의 정책과 예산 집행의 잘잘못을 파헤치고 지적하는 건 당연한 책무다. 그렇다고 ‘아니면 말고’식 폭로나 무분별한 정치공세까지 용인되는 건 아니다. 여당도 무조건 정부를 비호하는 방패막이 역할에 매몰되거나 야당의 합리적인 문제제기까지 정쟁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이제부터라도 여야를 떠나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국감다운 국감을 펼쳐보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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