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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한서 입국하는 국민 격리시설 놓고 우왕좌왕한 정부

입력 : 
2020-01-30 0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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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체류 중인 교민들이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의 공무원교육시설에 격리 수용된다. 29일 정부는 30∼31일 전세기로 귀국하는 우한 지역 교민 700여 명이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이들을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옮겨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을 임시수용시설로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지역 반발이 거세자 이를 백지화했다고 한다. 수백 명 국민의 안전과 목숨이 걸린 사안을 놓고 천안시가 매몰차게 거부한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해당 지역과 긴밀한 사전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장소를 정했다가 비난 여론을 의식해 물러선 것은 더 우려스럽다.

정부의 중구난방식 대응은 이뿐만이 아니다. 폐렴 의심 증세를 보이는 교민들의 입국을 놓고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외교부는 28일 "37.5도 이상 발열, 구토,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의심증상자는 탑승할 수 없다"고 했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유증상자도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증상자 입국은 중국 동의가 필요해 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서울 초·중·고교 개학 연기를 놓고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가 엇박자를 내고, 우한 폐렴 확진자의 접촉자 규모를 놓고 평택시와 질병관리본부가 서로 다른 수치를 내놓은 것도 국민 혼선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가 국가적 위기 사태를 맞아 갈팡질팡하면 국민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15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고도 일사불란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전권을 쥔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면서 주무부서를 질병관리본부(차관급)에서 보건복지부(장관급)로 바꿨지만, 청와대와 총리실까지 지원에 나서면서 치밀한 대책보다는 임기응변으로 일관하는 실정이다. 피해 확산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전문가들 중심으로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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