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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훈련은 돈 낭비" 트럼프 생각이 잘못됐다

입력 : 
2019-08-27 0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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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하기 전 기자들에게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완전한 돈 낭비"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에 '화가 나 있었다'고 전한 뒤 "나 또한 그것들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6월 미·북 정상회담 후 "한미군사훈련은 돈이 정말 많이 든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올해 2월 "훈련 때마다 1억달러 비용을 초래한다"고 폄훼하더니 또다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안보와 동맹의 가치를 한낱 비용의 잣대로 판단하는 그의 가벼운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난 6월 말 판문점 회동에서 김 위원장과 합의한 북핵 실무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을 달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또 9월 한국과의 1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을 앞두고 방위비를 증액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돈 낭비'를 이유로 한미훈련만 계속 문제 삼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묵인하는 것은 70년 동맹국가의 지도자로서 올바른 태도로 볼 수 없다. 양국은 이미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 등 이른바 3대 훈련을 폐지한 상태다.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일 3국 안보체제에 균열이 생긴 마당에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방위비 갈등이 커지고 한미훈련까지 흔들리면 북한만 쾌재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한미훈련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과 함께 한미동맹의 삼대축이다. 양국 간 대규모 기동훈련이 폐지된 상황에서 실전적 훈련까지 중단되면 방어태세 약화로 북한의 군사 위협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또 미군이 훈련하지 않은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한미군 축소·철수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이럴 경우 한미동맹이 아예 형해화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잘못된 셈법으로 동맹을 팽개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한국을 제외한 미·일 군사훈련 강화만으로 동북아 안보위협을 헤쳐가기 어렵다.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한미훈련 중단에 동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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