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핀셋형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 잡을 수 있나

2019.11.06 20:49 입력 2019.11.06 21:13 수정

정부가 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발표했다. 서울 강남 4개구 22개동(洞),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 5개동 등 총 27개동이다. 이른바 ‘동별 핀셋 지정’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 4년7개월 만에 부활한 것은 의미가 있다. 높은 분양가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이것이 높은 분양가를 재생산하는 일을 정부가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1977년 등장한 분양가상한제는 시행-폐지-재도입을 반복하다 2015년 4월 민간택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적용이 금지됐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석 자료를 보면, 폐지 이후 지난 7월까지 분양가는 전국이 연평균 8%씩 뛰었다. 상승 속도가 물가상승률의 6배, 가구소득 증가율보다 4배나 빨랐다.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서울이 32%, 전국은 10% 이상 뛰었다. 2배 이상 오른 단지도 속출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를 ‘택지비+건축비’에 적정 이윤을 보탠 가격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일정기간 전매가 금지되고, 실거주 의무도 있다. 그 덕에 집값 안정에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예컨대 이 제도를 시행한 2008~2014년 말 서울 아파트 가격은 2.8%, 강남 4개구는 4~11% 각각 하락했다. 제도 시행 효과가 이렇게 큰데도 정부는 전면실시 대신 ‘핀셋 규제’를 택했다. “집값 상승률, 고분양가 책정 우려, 시장 영향력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과연 집값 안정에 기여할지 의문이 든다.

당장 적용 대상 27개동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고분양가 움직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풍선효과’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법적 요건대로라면 서울 25개구는 물론 경기 과천 등도 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 큰 우려는 정부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두 차례나 상한제 원칙에서 물러선 바 있다. 적용요건을 투기과열지구로 한정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거나 신청한 재건축·재개발 단지 등은 제외했다. 그리고 이번에 핀셋 지정으로 또 후퇴했다.

정부 정책의 연이은 후퇴는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시늉’에만 그친다면 시장 참여자는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활성화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고 오판하게 된다. 부동산시장은 한 번 뛰기 시작하면 투기수요까지 가세,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거품을 키우는 특징이 있다. 그 피해는 국민, 특히 서민에게 돌아간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