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용기라면서 인증 마크 없어
재질과 상관없는 정보 나열도 문제

GS25와 CUI는 지난 8월 친환경 용기 도시락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서창완 기자) 2018.10.29/그린포스트코리아
GS25와 CUI는 지난 8월 친환경 용기 도시락을 출시한다고 밝혔다.(서창완 기자) 2018.10.2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지난 5월 벌어진 '재활용 쓰레기 대란' 뒤 플라스틱 대체 물품이 주목받고 있다. 플라스틱 관련 친환경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편의점 업계도 동참했다. 지난 8월 GS25와 CU편의점에서는 ‘업계 최초 친환경 용기 도시락’을 출시했다. 해당 업체들은 바이오매스 소재 적용으로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0일 <그린포스트코리아> 취재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GS25는 도시락 용기 원료로 바이오PP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기존 도시락 용기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에 무기물인 탈크(이산화규소)를 혼합했다는 설명이었다. 화학 업계 관계자 말에 따르면 PP에 탈크를 혼합한 경우 바이오PP라고 부르기 어렵다. 해당 제품은 내열 복합 PP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우수한 강성에 장기내열성, 내열변색성, 치수안정성이 우수해 고온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GS25측은 복합 PP를 바이오PP라고 불렀을 뿐만 아니라 얻게 되는 이점도 부풀렸다. 업체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기존 용기보다 플라스틱 사용량 40% 감량, 분해 기간 절반, 소각시 검은 연기 배출 저감 등의 효과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친환경성 장점들은 해당 제품 성질과 무관하다.  설령 바이오PP라고 하더라도 이런 장점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일반 합성수지인 폴리프로필렌(PP)과 성분이 같기 때문이다.

손승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인증팀 전임연구원은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은 일반적으로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내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을 사탕수수 등에서 가져와 만드는 것”이라며 "추출 원료가 다를 뿐 화학적으로 동일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GS25는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어 놓고 플라스틱 함량을 40% 감량했다고 밝힌 셈이다. 일반 플라스틱과 똑같은 제품인 만큼 분해 기간이 절반이라거나 검은 연기 등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도 해당 사항이 없다. 때문에 GS25가 개발했다는 도시락 용기는 친환경 인증도 받지 못했다.

CU편의점이 지난 8월 보도자료와 함께 내놓은 자료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친환경 마크가 붙어 있다. (CU 제공) 2018.10.29/그린포스트코리아
CU편의점이 지난 8월 보도자료와 함께 내놓은 사진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친환경 마크가 붙어 있다. (CU 제공) 2018.10.29/그린포스트코리아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용기를 개발하고 나서 인증 기관을 통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서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플라스틱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건 맞으니까 친환경 용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U 친환경 도시락 용기도 생분해성과는 거리가 있다. CU 역시 지난 8월 코코넛 껍질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소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용기 장점으로는 플라스틱 사용량 약 40% 감축, 자연분해 용이 등을 내세웠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생분해 업계 등에 따르면 CU 도시락 용기는 합성수지 사용량을 줄였다고 볼 수는 있다. 코코넛 껍질을 갈아 합성수지 대신 채웠기 때문이다. 다만 생분해와는 무관하다. 이렇게 제품을 만들 경우 식물인 코코넛 껍질만 분해되고 나머지는 남아 있게 된다. 오히려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 연구원은 “합성수지는 재활용이라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제품이 섞여 있으면 재활용했을 때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코코넛만 분해되고 나머지가 남아 있다면 전체 생분해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분해도 아니고 재활용도 쉽지 않은 제품이라 합성수지 업계에 오래 있는 사람은 이런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U 역시 인증과 관련해선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CU 관계자는 “용기 제조사 쪽에서 어떤 인증을 받았는지 등은 기술적인 부분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면서 “이쪽 업계에서는 어느 부분에서 어떤 기술로 인증받았는지 외부 유출에 민감해 한다”고 설명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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