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외압 논란·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 제기되며 구성원 간 갈등 커져…총장 선출 진퇴양난

 
연이은 이사회 파행으로 총장 선출이 미뤄진 채 새학기가 시작됐다. 조계종 외압 논란,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이어지며 학내 구성원 간의 갈등 또한 고조되고 있다. 총장 선출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돌아보고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살펴본다.

우리대학의 총장 선출은 간선제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조계종과 학내 구성원, 사회인사 등 27명이 모여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구성됐고, 총추위는 작년 12월 4일 김희옥 17대 총장과 한태식(보광) 교수, 조의연 교수 3명의 후보를 선정했다.
그러나 간선제는 이전부터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반영이 어려우며, 재단이 선호하는 인물이 총장으로 낙점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서울대에서 총추위의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이사회를 거쳐 낙마했다.
이후 우리대학의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들 역시 간선제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갈등 불씨된 종단 외압 논란
12월 11일, 김희옥 전 총장이 갑작스레 총장 후보를 사퇴했다. 김 전 총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종단 내외의 뜻을 받들어 재임의 뜻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이에 대해 ‘조계종 고위 스님들의 외압으로 인해 후보직을 사퇴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다.
이어 14일 조의연 교수가 후보 사퇴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종단의 개입을 중단하고,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튿날인 15일부터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직원노조가 조계종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총장 선출을 둘러싼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장 선출을 논의하기 위한 제286회 이사회가 12월 16일 열렸다. 이사회는 장시간에 걸쳐 단일 후보로 남은 한태식(보광) 교수의 총장 선출 여부에 대해 찬반 논의를 벌였다. 특히 영담스님이 “타 대학의 경우, 총장 후보가 한 명이었을 때 교육부가 재선거를 지시한 바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갑론을박은 격렬해졌다.
결국 이날 이사회에서 총장 선출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고, 이사장 정련스님은 “단일 후보 총장 선출이 사립학교법에 저촉되는지 교육부에 질의한 후 답변이 오면 이사회를 재개하겠다”며 폐회를 선언했다.
한편 총학생회와 원용선 동창회측은 일주일 뒤인 22일과 23일 “종단이 총장 후보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 조계종 고위 스님 5명을 업무방해와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새해까지 논란은 계속됐다. 1월 5일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에 어긋나지 않게 총장 선출을 실시하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으며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해석은 둘로 갈렸다. 정초부터 열린 교수협의회의 회의에서 교수들은 ‘정당성이 어긋났으므로 총장 선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사 일정 차질 방지를 위해 조속히 총장 선출을 해야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또한 원로 교수들 31명과 불교대학생회가 “총장 선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총학생회의 반박 성명이 이어지며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대립이 팽팽히 지속됐다.

논문표절 의혹, 새로운 갈등 촉발
갈등이 첨예화된 총장 선거는 총동창회 일부로 구성된 ‘동국대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대표 이운영)’가 1월 12일 “단일 후보인 보광스님의 논문이 표절”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 논란은 고스란히 15일 열린 제287회 이사회로 이어졌다. 성타, 일면스님 등은 “총장 선출을 먼저 한 뒤 표절의혹을 확인하면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정련스님은 “논란 속에서 총장 선출을 강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시간의 갑론을박 끝에 총장 선출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정련스님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이하 연구윤리위)의 판정 결과가 나온 이후에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하며 폐회했다. 이날 이사회장 밖에서는 총학생회와 원용선 동창회측 동문들이 본관 앞에서 총장 선거 재실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새학기까지 총장 선출 난항 계속
2월 5일, 연구윤리위의 논문 판정 결과가 나왔으며 이 안건을 다룰 제288회 이사회가 11일 열렸다. 그러나 성타, 일면, 삼보스님 등 9명의 이사가 “이사장이 직무를 해태하고 있으며 회의장 주변 시위로 공포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참석하지 않아 성원미달로 무산됐다.
이날 박정극 연구윤리위 위원장은 “의혹이 제기된 30편 중 18편이 표절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보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비밀엄수 등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공정하지 않은 조사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회된 이사회는 23일로 이어졌다. 제289회 이사회는 장장 6시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한 교수에 대한 징계 요구 안건과 총장 선출 안건은 격렬한 논란 끝에 유보되었다. 이날 회의는 ‘이사장 해임 안건’이 거론된 것에 정련스님이 강하게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하고 떠나며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바로 전 288회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9명의 이사 중 임기가 끝난 호성스님을 제외한 8명의 이사들은 폐회 후 남아 이사회를 계속했다. 임시 이사회는 성타스님을 임시 의장으로 선출, 일면스님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영담스님이 “소집권자인 이사장이 폐회를 선언했으므로 회의를 지속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회의장을 퇴장했으므로 이에 따른 논란 역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