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조작 전면조사, 약탈적 금융행태 종식 계기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올해 하반기에 전 은행들을 상대로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매겼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관리를 믿고 3년 전 폐기했던 종합검사도 올 4분기부터 부활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이 금융질서를 바로 세우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선 것은 감독기관의 선의를 악용한 금융사들의 탈법적인 행태가 묵과할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대형 금융사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계약조건 강요 등 갑질행위, 부당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 행위도 점검하겠다고 했다. 금융사들의 갑질과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감안하면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금융사들의 약탈적인 ‘이자 장사’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지난 5월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예대금리 차)는 4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이 기간 중 예금은행의 잔액기준 수신금리는 연 1.29%, 대출금리는 3.63%로, 예대금리차는 2.34%포인트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금리가 오를 때는 대출금리를 번개같이 올리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리는 식으로 금리 차를 벌려 수익을 챙겼다. 이는 고스란히 은행들의 실적잔치로 이어졌다. 은행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조2000억원으로 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6개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2558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5.2% 증가했다. 더욱 놀라운 건 은행들이 부당하게 대출금리를 산정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금감원이 일부 은행에 대해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한 결과 경남은행 등 3곳에서 대출 1만2279건에 대해 26억6900만원의 이자를 과도하게 물린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은 단순 실수라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1500조원에 육박한다. 금리가 2%에서 3%로 인상되면 갚아야 할 이자는 50% 늘고, 4%로 오르면 두 배가 된다. 적은 폭의 금리 인상도 가계에 커다란 충격이다. 그런데 금융사들은 돈이 궁한 서민들의 처지를 악용해 이자 장사를 하며 실적의 바벨탑을 쌓았다. 은행들도 기업이니만큼 일정 수준의 이득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낼 생각은 않고 이자에만 매달려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행태는 묵과할 수 없다. 윤 위원장은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만은 용두사미에 그쳐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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