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4 대통령 ‘선거행보’부터 ‘북풍’까지

입국 하루 만에 조사도 않고 서둘러 공개…‘북풍’ 노렸나

김재중 기자

외교부 아닌 통일부서 기자들에 “탈북자 브리핑” 긴급 문자

“북한 체제선전 허구성 깨달아” 탈출 배경만 적극적으로 대변

정부가 8일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식당에서 근무하다 집단탈출한 종업원 13명의 입국 사례를 발표한 것은 공개 형식, 내용, 시점 모두 전례 없는 일이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이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출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이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출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이날 오후 4시24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후 5시에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및 입국 관련 브리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그동안 제3국을 통한 탈북자의 입국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제3국과의 외교 마찰, 탈북자 신변보호, 향후 추가로 일어날 수 있는 탈북 사례 등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는 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들이 탈출한 식당의 지역과 경로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나라와 경로는 그동안 관례상 말씀드릴 수 없다”며 “이유는 제3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하고, 그다음에 이분들의 신변보호, 그리고 또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탈북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1장 공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내에 입국한 뒤 보호시설에 도착해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그동안 북한 탈출 주민에 대해선 국가정보원·외교부 등이 주관하는 사항이라는 입장을 취했지만 이번 사안에선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통일부는 이날 갑작스럽게 유관부서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부랴부랴 브리핑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출 배경에 대해선 적극 공개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이들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최근 집단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면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외화상납 요구 등 압박이 계속돼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입국한 지 하루 만에 공개한 시점도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탈북자들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국정원이 주도해 한 달가량 진행하는 정부 합동심문 조사를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탈북 의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과정을 밟지 않았다.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성급하게 발표한 것이다. 통일부는 “이들이 해외 북한식당에 근무했던 사실과 한국으로 오고 싶다는 자유의사는 확인이 됐기 때문에 국내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대북 제재 국면에서 이렇게 집단탈북이 이루어졌다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에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 대응 태도와 달라 ‘의도된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해당 탈북자들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민감한 시점에 시급하게 발표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면서 “발표 시기와 절차, 내용 등을 보면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전직 통일부 당국자도 “발표 과정을 보면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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