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조원 긴급 투입, 기업 살리기로 이어져야

2020.03.24 20:50 입력 2020.03.24 20:55 수정

정부가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100조원 상당의 긴급자금을 기업과 금융시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기업과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가운데 내놓은 비상처방이다. 내역을 보면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한 대출·보증 등 금융지원이 58조3000억원, 회사채 및 단기자금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31조1000억원, 증시안정자금 10조7000억원 등이다. 이번 대책은 특히 기업들의 자금경색을 푸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멀쩡하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끊기면서 자금난에 몰려 회사채를 상환하거나 차환(새로운 회사채로 갈아타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 시장도 매기가 끊길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자칫 기업부도와 금융부실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위기로 번질 위험도 있다. 기업의 도산은 대량 실직을 초래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한다. 그런 만큼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2008년 금융위기의 2배 규모인 20조원으로 조성하는 등 규모를 대폭 키워 기업 자금경색을 풀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주식시장도 이날 코스피 지수가 8% 넘게 반등하는 등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문제는 이 위기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필요하면 대기업도 포함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우량 대기업까지 휩쓸려 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호텔, 면세점, 항공사 등은 수요가 끊기다시피 한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 등 주력산업 쪽으로도 여파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37조원, CP가 79조원에 달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도산이 속출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 점까지 시야에 넣는다면 이번 대책으로 안심할 수 없다.

미국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업어음은 물론 회사채 직매입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고, 유럽중앙은행도 기업어음까지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은행도 좌시할 수 없는 처지다. 현행법상 회사채나 CP의 직접매입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정부가 지급보증을 한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 문 대통령이 밝혔듯이 지금은 “전례 없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모도 그렇거니와 대처 방식에도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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