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틸웰 미 차관보 방한, 한·일 갈등 해결 모색 기회로

2019.11.03 20:41 입력 2019.11.03 20:44 수정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5일부터 사흘간 한국을 방문해 북한 비핵화와 한·미동맹, 한·일 갈등 해소 방안 등을 놓고 한국 외교당국과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양국의 관심이 각자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시한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미국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 접점 찾기에 적극적인 듯 보인다. 미 국무부가 지난달 24일 배포한 스틸웰 차관보 방한 보도자료에도 양대 의제로 ‘한·미동맹의 힘’과 ‘인도·태평양 전략과 신남방정책 간 협력’을 꼽았다. 양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와 스틸웰 차관보가 만난 자리에서 에너지·인프라·디지털 경제·인적 역량 강화, 평화와 안전보장 등의 협력 동향을 망라한 ‘설명서’를 마련했다. 미 국무부는 이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 간 협력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공동성명’이라는 제목을 붙여 무게를 실으려 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 견제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동아시아 전략구상으로, 일본·호주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 포위전략’으로 비칠 수 있는 이 구상에 한국을 깊숙이 연계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미·중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 외교의 기본 원칙을 감안한다면 인도·태평양 전략에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화로운 협력’에 미·중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균형유지가 포함돼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외교당국의 지혜로운 대처를 당부한다.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달 26일 도쿄에서 “미국과 일본에, 그리고 한국에도 GSOMIA는 유익하다”면서 “미국이 (한·일 갈등을) 중재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한 바 있다. 미국은 GSOMIA 종료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대한 불가피한 대항수단이었음을 익히 알면서도 일본 편만 들어왔다. 가뜩이나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로 한국인들의 대미 감정이 나빠진 터에 그가 한국에 와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한·미동맹에 도움이 안된다. 미국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유지하는 한 한국 정부가 GSOMIA를 복원할 수는 없는 현실을 전제로 해법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틸웰의 방한이 한·일 갈등 해결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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