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식이법’ 등 어린이안전 법안 더는 처리 미루지 말라

2019.11.24 20:52

일명 ‘민식이법’이 지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국민과의 대화’(19일)에서 첫 질문자로 나선 김민식군 부모의 절절한 호소가 수많은 법안 더미에 파묻혀 폐기 직전이었던 민식이법을 겨우 끄집어냈다. 아홉 살 김민식군은 지난 9월 학교 앞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속도제한을 어긴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 사고로 스쿨존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가해자 처벌 수위를 높인 ‘민식이법’이 발의됐다. 다음달 10일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20대 국회에는 이처럼 안전사고로 희생된 아이 이름을 건 법안이 모두 6개가 있다. ‘해인이법’은 어린이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경우 응급조치를 의무화한 내용이, ‘하준이법’엔 주차장 안전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통학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 ‘한음이법’은 특수학교 차량의 안전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4살부터 9살 아이들 한명 한명이 목숨을 잃으며 드러난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 또 다른 피해를 막자는, 부모들의 절규 섞인 법안들이다.

쟁점이나 이견 때문에 논의가 안되는 게 아니다. 이들 어린이생명안전 법안들은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 후 3년 반이 지났다. 발의된 지 3년7개월이 된 법안까지 있지만 대부분 한 차례 심의도 없이 상임위 또는 법사위의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쟁과 이권이 걸린 사안엔 온몸을 아끼지 않고, 목숨 걸 듯 달려드는 많은 의원들이 이들 법안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다. 내년 4월 20대 국회 임기 전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법안들은 자동 폐기된다.

우연한 기회에 잠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이들 법안 처리의 향후 전망도 여야 간 대치 국면이 가장 큰 변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이라는 돌발상황으로 상임위 일정 등이 차질을 빚으며 안 그래도 시간에 쫓기는 국회 일정이 더욱 빠듯해질 우려가 크다. 시간이 없다. ‘어린이안전 법안’ 처리를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의 영정을 들고 국회를 찾아 호소한 부모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정치는 국민과 민생, 저출산 대책을 말할 자격이 없다. 식물국회, 동물국회 오명을 뒤집어쓴 20대 국회가,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국회’만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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