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나무

Japanese alder, ハンノキ, 日本桤木

한국식물생태보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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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나무
학명 Alnus japonica (Thunb.) Steudel
자작나무과(Betulaceae)

형태분류

줄기: 낙엽활엽교목으로 바로 서서 높이 자라고, 갈색 또는 자갈색 잔가지(小枝)는 매끈하다.(비교: 어린 가지에 갈색 털이 밀생하는 것은 변종으로 털오리나무(Alnus japonica var. koreana)이다.)

잎: 어긋나며(互生), 긴 타원형이고, 끝(葉先)이 뾰족하게 돌출하며, 가장자리에 가늘고 불규칙한 톱니(鋸齒)가 있다. 앞면은 약간 광택이 나고, 뒷면 잎줄겨드랑이(脈腋)에 털이 모여 난다.(비교: 털오리나무는 어린잎 뒷면에 갈색 털이 밀생한다.)

꽃: 3~4월에 잎이 나기 전에 피며, 암수한그루(雌雄同株)다. 수꽃차례(雄花序)는 작년 가지(前年枝) 끝에 2~5개 있으며, 암꽃차례(雌花序)는 1~5개로 수꽃차례(雄花序) 바로 아래 잎겨드랑이에 1개 씩 난다(腋生).

열매: 9~10월에 결실하지만, 이듬해 봄까지 남는다. 복합과(複合果) 작은 견과류열매(小堅果)로 종자에 좁은 날개가 있고, 탄닌(tannin) 성분이 있다.

염색체: 2n=281), 42, 562)

생태분류

서식처: 저습지, 하천변, 산간 습지, 중간습원(中間濕原), 골짜기, 양지~반음지, 약습(弱濕)~과습(過濕)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산지대 이하
식생지리: 냉온대~난온대, 중국(동북부), 대만, 만주, 일본, 연해주, 쿠릴열도 남부 등
식생형: 저습지(충적저지) 삼림식생(오리나무군강), 산간습지 삼림식생
종보존등급: [III] 주요감시대상종

지구 북반구 냉온대지역의 저습지나 산지 중간습원(中間濕原)을 대표하는 삼림식생은 오리나무 종류(Alnus spp.)가 우점한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는 오리나무가 유일한 종이다. 두메오리나무(Alnus maximowiczii)는 아고산대 붕괴지선구식생 종이다. 오리나무는 4개의 변종(뾰족잎오리나무, 옹기오리나무, 섬오리나무, 털오리나무)이 있으며, 앞의 3종은 지리적 변종이고,3) 어린 가지와 어린잎 뒷면에 갈색 털이 밀생하는 털오리나무(Alnus japonica var. koreana)는 오리나무 본종(typicum)과 비슷한 지역에 분포하는 변종이다.4)

오리나무는 식물사회학적으로 갈대군강의 저층습원(低層濕原)과 진퍼리새군강의 중간습원(中間濕原)에서 잠재자연식생 요소다.5) 이것은 오리나무가 생물기후적으로 수분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에 제한되어 산다는 뜻이다. 서식처는 한랭다습하고, 비옥하면서도 토양수가 포화되기 쉬운 충적저지(沖積低地)와 같은 서식조건이다. 극단적인 건조나 가뭄(旱魃)을 경험하는 대륙성기후지역에서는 수분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는 입지에서만 국지적으로 분포한다. 대기후(大氣候) 수준에서 오리나무가 대륙성기후지역보다는 해양성기후지역에 더욱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까닭이다.

산간 개울 언저리에 재생된 오리나무(경남 거창)

오리나무 종류(Alnus spp.)는 바닷물의 침입이 많았던 서해안 하천 주변에 주로 살았다고 한다.6) 아마도 땅속에 파묻혀 있던 꽃가루(花粉) 분석 연구 결과들로부터 얻은 결론일 것이다. 현존식생의 분포 정보를 바탕으로 해석해보면, 그 종류는 오리나무이거나 두메오리나무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 한랭한 기후시대였다면, 오늘날 아고산대에 분포하는 두메오리나무가 지금보다 해발고도가 낮은 평지까지 내려와서 살았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두메오리나무는 붕괴지 선구식생의 요소이기 때문에 충적지에서의 분포가능성은 희박하다. 오늘날보다도 한랭한 기후시대였다면, 오리나무가 차지하고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리나무 종류는 소금기를 경험하는 땅에서는 살지 않고, 보통 습지에 산다. 동고서저(東高西低)인 한반도의 땅 모양에서 서해안 쪽에 충적대지(沖積臺地)나 충적저지(沖積低地)가 넓게 발달했고, 거기에 산재하는 습지에 오리나무 종류가 살았던 것이다. 덧붙여서 한반도 남서쪽에서 북동으로 달리다가 북쪽으로 이어지는 태백산맥 여기저기에 살고 있던 오리나무 종류의 꽃가루도 해발고도가 낮은 서해안 쪽 충적지(沖積地)로 흘러들어 퇴적되었을 것이다.

오리나무 노거수(봉화 개단리, 2007년 7월 8일)

지구사적으로 한랭다습한 기후환경이 보장된다면, 서해안지역에서 오리나무 종류의 출현빈도피도(被度)는 더욱 증가한다. 절대연도 10,000년B.P., 즉 우리가 사는 현재를 포함하는 지질시대, 후빙기(後氷期)라고 부르는 홀로세(Holocene, 현세 또는 충적세)에 오리나무 종류 꽃가루가 서해안에서 출현하기 시작하고,7) 10,000년B.P.~2,000년B.P. 사이에는 우점했다고 한다.8) 이 시기는 사실상 빙하기가 끝나고, 이엽송(二葉松)인 소나무속(Pinus)이 우세한 식생시대로 이어지는 때다.

오늘날 한반도의 현존식생에서 오리나무 개체군 크기가 아주 작거나 희귀하게 발견되는 것도 상대적으로 크게 온난 건조한 기후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거기다가 오리나무의 서식처가 인간의 본격적인 농경활동과 취락이 발달하는 잠재적 토지이용과 정확히 중첩됨으로써 식분(植分) 자체의 면적 축소뿐만 아니라, 서식처도 크게 변형 · 파괴되었기 때문이다.9) 자연 저습지였던 곳이 대부분 논(畓)이나 기타 경작지로 변형되었고, 때문에 그곳에서 잔존하는 오리나무 개체군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오리나무의 중국 한자명은 찌무(桤木, 기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五里木(오리목), 赤楊(적양), 楡理木(유리목) 등으로 표기했다.10) 1921년에 학명 Alnus japonica에 대해서 한글명 물오리나무, 그리고 오리나무에 대해 한자로 五里木(오리목)으로 각각 기재했다.11) 그로부터 10여 년 후 1932년에는 한자 표기 楡理木(유리목)을 오리나무로 기록했다.12) 아마 한자 楡理木(유리목)에 대해 오리나모로 적시한 19세기 초 『물명고(物名考)』13) 기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리나모의 최초 기재는 1728년 『청구영언(靑丘永言)』14)에서 ‘오리남기’로 나타난다. 새 오리는 1459년 『월인석보(月印釋譜)』와 1527년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올히(鴨, 압)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오리남기는 올히남기에서 전화된 것이다. 결국 올히남기 > 오리남기 > 오리나모 > 오리나무로 변천되어 온 것이다.

한글명 오리나무에 정확히 그 발음이 일치하는 五里木(오리목)란 한자 표기는 1921년 일제강점기에 생겨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32년 서울 근교의 식물상 목록에서 오리나무 학명을 Alnus japonica로 기재하면서도 한자 표기 五里木(오리목)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표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자 五里木(오리목)은 우리말 오리나무에 대해 한자를 차자(借字)해서 만든 향명식 표기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 오리나무 명칭의 유래는 5리(五里, 2km 거리)마다 심은 나무라는 데에서 비롯한다고 믿고 있다.15)

하지만 5리마다 심은 이유, 심었다면 5리 구간 내에 줄지어 심었는지, 5리마다 한군데씩 심었는지, 어느 지역에 식재했던 사업인지, 왜 심는 나무로 하필이면 오리나무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신뢰할만한 출처와 정보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거리의 단위로 5리라는 특정 값과 그에 대응하는 특정 종을 선정해 사용했다는 것은 꽤나 역사시대의 과학적인 일로 판단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오리나무란 이름 자체가 20세기 초, 즉 1900년대에 생겨난 이름이 되고 만다. 설령 5리마다 표식으로 심은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오리나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오리마다 심는 나무에서 유래한다는 오리나무의 명칭은 이처럼 근거도 논리도 없는 꾸며진 낭설이다. 한자 표기 五里木(오리목)은 20세기에 들어서 생긴 최근 표기이고, 향명식 표기일뿐이다. 오리나무(오리나모 > 오리남기 > 올히남기)란 한글 표기는 적어도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오리남기(오리나무)란 한글명 표기가 18세기 시조에 나타나지만, 어찌 보면 우리나라 식물이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이름일지도 모른다. 오리나무는 선사 농경문화와 그 인연이 길고 깊을 뿐만 아니라, 정착농경문화가 생기기도 전에 그런 농경문화가 태동했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저습지의 잠재자연식생(潛在自然植生) 주인공으로서 존재했기 때문이다.

국보 121호는 안동 풍천의 하회탈이다. 12세기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그 재료가 토종 오리나무이다. 여기서 토종 오리나무라는 것은 바로 이 오리나무(Alnus japonica)를 지칭한다. 하회탈은 장난삼아 즐기던 탈이 아니라, 별신굿을 하기 위해서 아주 조심스레 만들어지고 취급했던 신성한 탈이다. 그 재료목이 오리나무였다. 수많은 나무 종류 가운데 오리나무가 신성한 탈로 환생한 것이다. 여기에 오리라는 명칭의 유래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오리나무는 보이지 않는 인간의 얼(魂)이 드러나는 것(꼴)을 감춰주는, 즉 인간의 얼굴(얼꼴)을 가리는 탈의 재료가 된 나무다. 탈의 고어는 ‘달’이고, 다르다 또는 닮다의 어근도 ‘달’이며, 얼굴이란 뜻이 있다.16) 즉 오리나무는 탈 나무이며, 그것은 달 나무이고, 결국은 얼굴 나무라는 뜻이 된다. 마침내 얼 나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리나무의 오리가 그런 얼에만 관련해서 유래하는 것은 아니다. 오리나무의 오리는 새(鳥類) 오리이고, 인간의 정신세계(얼)와의 인연이 있는 명칭인 것이다.

오리나무가 사는 저습지에는 오리(鴨, 압) 종류를 포함한 수많은 물새들(총칭해서 오리)이 반드시 살고 있다. 오리나무는 저습지 극상림(極相林, climax forest)의 주인공으로 천이 마지막 단계의 종(遷移後期種)이다. 습지생태계가 상당한 수준으로 보존되어 있는 자연지역에서만 오리나무가 관찰되는 까닭이다.

늙은 노거수(老巨樹) 한 두 개체가 습지에 남아 있다면, 오리나무 자연식생의 잔존 유적으로서 잠재자연식생(潛在自然植生)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식생자원으로 평가된다. 오리나무 자연식생을 식물사회학적으로 오리나무군강(Alnetea sensu lato)이라는 지표식물사회로 삼는다. 인간간섭이 거의 없었던 원시적이고 잘 보존된 저습지라면 오리나무 자연식생이 발달했을 것이며, 그곳은 당연히 야생 오리들에게 최고의 서식처가 된다.

토기두머리오리모양잔(土器雙頭鴨形盞(토기쌍두압형잔); 1~2세기 삼한시대 창원지역에서 출토)처럼 고대 토기가 오리 머리모양인 경우가 흔하다. 오리가 사는 저습지 가까이에서 초기 정착농경문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북쪽 시베리아 저습지에서건 대륙의 동단 한반도의 저습지건 선사시대부터 오리나무와 인간의 만남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생활 속의 자원으로 이용될 수 밖에 없는 오리나무가 향약의 재료로는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15세기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 16세기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17세기 『동의보감(東醫寶鑑)』,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등 대표적인 향약 고전에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도 물질적인 약재 수준을 넘어서는 신성목(神聖木)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리나무는 애당초 사람의 육신을 위한 약재가 아니라, 정신(얼) 세계에 잇닿아 있는 나무라는 것이다.

인류에게 인식된 여러 종 가운데 오리나무가 최고의 형이상학적 존재라는 것이다. 사람의 터전과 오리의 서식처는 늘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오리나무는 한자가 없었던 시대에도 자생했고, 더욱이 한자가 소개되기 전에도 한반도의 사람들은 오리나무를 알고 있었을 수밖에 없다. 즉, 그 이름은 오리가 사는 곳에 많은 나무, 오리나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오리나무를 신성 재료목으로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오리나무의 속명은 알누스(Alnus)인데, 오리나무 종류를 가리키는 고대 라틴명이다. 영어로 올더(alder)라 하고, 속명과 영어명의 단어 첫머리 발음이 ‘알’과 ‘올’이다. 새의 날개를 의미하는 동원어다.17) 우리말 물새의 대표명사 오리의 어근도 올히의 ‘올’이다.18)

오리는 알(생명)을 낳는 새(乙, 을)를 대표하는 동물이며, 하늘, 인간, 땅을 이어주는 신성한 매개 생명체였다는 사실을 짐작 할 수 있다. 동서양의 고대 문명 흔적과 탄생설화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는 설화다. 자전(字典)에서 오리나무를 가리키는 桤(기) 자는 나무(木)가 있는 산 아래에 새(乙)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글자 속에 새를 지칭하는 乙(을) 자가 들어 있고, 그 발음도 을이다. 알, 올, 을, 오리는 모두 동원어이다.

오리 종류(鴨類)는 생태학적으로 ‘멀티플 리턴 티켓(multiple return ticket)’ 소위 ‘복수왕복티켓’을 가지는 겨울철새들이다. 어디론가 가버리고, 이듬해 다시 돌아온다. 고대 사회는 천상과 땅의 소식을 전하는 신비롭고 성스런 매개체로 오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멀티플 리턴 티켓’이란 두 곳의 목적지를 목숨(生命環)이 다할 때까지 1년에 한 번씩 반드시 왕래하는 이주패턴을 규정하는 생태학적 용어다. 오리가 그렇고, 기러기, 두루미가 그렇다. 이들은 모두 물터의 생명들이고, ‘솟대’ 위에 버젓이 앉아 있는 신성의 생명체들이다. 토기쌍두압형잔(土器雙頭鴨形盞)과 회회탈은 물새의 통칭 오리가 우리의 속과 겉 여기저기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오리나무의 이름은 거기에 잇닿아 있었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나타난, 오리마다 심었다는 오리목(五里木)이란 한자 표기로인해 오리나무의 정신성이 유린되기 전까지 그랬었다.

오리나무를 일본명으로 한노끼(榛木, 진목)라 한다. 오리나무가 우점하는 저습지 숲에 가보면, 마치 잡목 덤불 숲(榛)이 우거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이름과 차원이 다르다. 일본 남부 난온대 저습지에서는 낙엽이 지기 전인 10월, 11월에도 꽃이 피는 경우가 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관찰된 바가 없다. 만주지역에서는 오리나무 자체를 赤楊(적양), 水冬瓜(수동과), 水瓜樹(수과수), 冬瓜樹(동과수), 茶條(차조) 등으로 표기한다.19) 이처럼 다양한 이름이 있다는 것은 지역민들이 오리나무 종류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다른 오리나무 종류 참조).

만주에는 ‘오리나무 마을’이란 의미의 茶條溝(다조구)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으며, 도랑(봇도랑, 溝)을 따라 여러 그루가 줄지어 서 있는 데에서 유래한다.20) 한자 명칭 茶條(다조)는 오리나무의 수피 색깔에서 비롯하며, 열매와 나무껍질은 약간 흑색(皂色, 조색)을 띠는 염료로써 귀하게 여겼다. 물감나무란 별칭이 있는 것도 거기에서 비롯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축용구, 숯, 땔감용 따위로 심지어 나막신이나 바리(그릇)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사실도 전한다.

일제강점기의 『조선삼림수목감요(朝鮮森林樹木鑑要)』21)나 『토명대조만선식물자휘(土名對照滿鮮植物字彙)』22)의 기록으로, 이처럼 오리나무를 실용적으로 이용하는 풍습만을 전했고, 우리의 얼과 관련된 전통은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일제의 감춰진 의도대로 기록된 것인지, 실제로 나라가 망해야 할 정도로 자신의 유서 깊은 전통문화를 내팽개친 그 당시 민초들의 의식 수준에서 그리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오리나무 속에 담긴 우리의 정신성이 일제강점기 때에 완전히 뒤틀리고 만 것이다.

오리나무는 지리적으로 한반도가 분포중심지다. 황해를 중심으로 한반도와 대칭되는 중국 동부지역과 만주 그리고 극동 러시아의 연해주, 일본열도에 널리 분포하기에 지리적 중심은 한반도가 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중남부지방에서 오리나무 노거수(老巨樹) 한 그루를 만나기가 선사시대 고인돌을 만나는 것보다 어렵다. 오리나무 서식처가 광범위하게 모조리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오리나무는 나이가 어릴 때에는 한 그루, 한 그루씩 솟아난 독립적인 개체들로 된 단순림을 형성하지만, 저습지가 잘 보존되어 원시적인 고령림(高齡林) 상태를 유지하는 숲에서는 굵은 줄기로 된 맹아(萌芽)를 만든다. 그러니까 굵은 줄기다발로 된 대경목(大徑木)의 오리나무가 사는 숲이 있다면, 자연성이 극히 높은 자연림, 처녀림(處女林, virgin forest)이라는 뜻이다. 한반도에서 이러한 숲은 아직 보고된 바 없다.

현재 비무장지대 중서부지역에 위치하는 약 60년 동안 묵혀둔 묵정논에서 천이 단계의 극상(極上)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고의 오리나무 근자연림(近自然林, nearly natural forest)이 넓게 발달하고 있다. 개체 수준에서 우리나라 최고 수령의 오리나무는 150여 살, 나무 높이 17m, 흉고직경(胸高直徑) 75cm인 경북 봉화군 개단리의 전통마을숲에 잔존하는 노거수(老巨樹)(김종원, 임정철, 2007년 7월 8일 현지 조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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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양(丁酉生) /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이학박사) / (현) 계명대학교 교수 / 전공: 식물사회학(생태학), 보전생물학, 생태사회학 식물사회의 속과 겉은 들여다본다. 식물사회 속에 깊숙이 녹아 있는 식물과 인간과의 오랜 관계를 찾아 나선다. 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오래된 미래를 발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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