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천문학적 벌금 위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심사 받을 때만 작동, 실제로는 40배 넘는 오염물질 배출

  • 입력 2015.09.19 09:41
  • 수정 2015.09.21 11:5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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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환경청(EPA)은 18일, 폭스바겐 2.0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된 차들이 오염물질 배출 인증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EPA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차량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심사할 때 평소보다 더 적은 양의 배출가스를 내보내도록 프로그램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그램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 심사를 하는 순간 전체 배출량이 더 적게 배출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프로그램을 조작하면서 해당 엔진을 장착한 모델들은 배출심사 때와 달리 실제 주행에서 40배가 넘는 질소산화물을 방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PA는 해당 차량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됨에 따라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PA는 “매우 심각한 위반 사항으로 폭스바겐은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해 왔다”며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EPA는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불법 프로그램을 장착한 차량에 대해 대당 3만 7500달러(한화 4357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배출가스 조작이 의심되는 엔진이 장착된 차량 48만 2000대를 판 것으로 나타나 최대 180억 달러(20조 원) 가량의 천문학적 벌금을 물게 될 처지가 됐다.

이번 사태로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미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관계자들은 “문제의 차량 목록에 제타와 비틀, 골프, 파사트, A3 등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주력 차종이 모두 포함됐다”며 “최근 확장되고 있는 미국 디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되면서 판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최대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리포트지 등은 폭스바겐 제타와 파사트 디젤 모델을 추천 등급에서 제외했고 클린디젤을 앞세워 받았던 올해의 그린카 등 각종 수상도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조작해 배출심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모델은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에 생산 판매된 제타와 비틀, 골프, 그리고 아우디 A3이며 2014년과 2015년형 파사트도 포함됐다. 한편 폭스바겐은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차량을 앞세워 크게 성장했으나 연비가 과장됐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차량의 연비가 배출가스의 양으로 측정되는 만큼 미국에서와 같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 여부에 대한 국내 조사가 불기피하다"라며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면 연비도 허위일 가능성이 큰 만큼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폭스바겐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총 누적 판매 2만 477대, 아우디는 1만 9972대, 문제가 된 골프 2.0TDI는 4728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체 판매량의 90% 이상이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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