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아직 남아 있다. 매일 영하를 기록하는 추운 날씨다. 지난 11월 11일 정부는 세월호 수색 작업을 종료했다. 한 달이 지났지만 팽목항에는 실종자 가족이 남아 있다. 수색은 종료되었지만 그들은 아직 떠날 수 없다. 매일 먼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며 속히 배가 인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12월 20일 7시, 전날 눈이 내려 유난히 추운 아침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기독인 31명이 반포역으로 모였다. 세월호참사를기억하는기독인모임이 주최하는 '실종자 가족과 함께하는 성탄 기도회'에 참석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성탄의 평화를 실종자 가족들과 나누기 원했다. 가는 길은 조용했다. 일상생활 중,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을 만나 3시간을 보내기 위해 주말 하루의 시간을 내었다. 참석자 대부분은 피곤한지 잠을 청했다. 

서울에서 출발한 지 7시간이 지났다. 오후 2시가 되어서야 팽목항에 도착했다. 현지에서 합류한 기독인까지 포함하면 모두 40명이 모였다. 그곳은 적막해 보였다. 팽목항 주변에 가득 찼던 시민·종교 단체 등의 천막은 모두 사라진 지 오래였다.

몸이 날아가 버릴 듯한 거센 바람이 불었다. 그들은 할 말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아무도 웃고 떠들지 않았다. 대부분 먼 바다를 조용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참사 지점은 배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했다.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선 세월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옷깃을 여민 채, 배가 침몰한 자리를 멍하니 응시했다. 개인 애도의 시간을 보낸 후, 그들은 기도회를 하러 이동했다.  

지난달 정부의 수색 종료 선언 후, 실종자 가족 일부는 안산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양승진 교사 부인 유백형 씨(53)와 권재근 씨(52)의 형이고 권혁규 군(6)의 큰아버지인 권오복 씨(60)는 남아 있다. 그들은 팽목항 근처 이동식 주택에서 생활하며 세월호 인양을 기다렸다. 이날은 세월호 유가족도 8명 정도 있었다.

40여 명의 기독인과 세월호 가족은 평화누리 김희석 사무국장의 인도에 따라 성탄 기도회를 했다. 모두 진지한 표정이었다. 유백형 씨도 찬송가를 따라 부르며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했다.

메시지를 한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평화의 왕으로 온 예수의 마음으로 우리도 이곳에 왔다고 했다. 샬롬이 깨어진 세월호 가족에게 예수가 찾아가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다. 기독인도 그 마음으로 세월호 가족을 위로하며, 팽목항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메시지를 한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샬롬이 깨어진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게 예수가 찾아가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다. 기독인도 그 마음으로 세월호 가족을 위로하며, 팽목항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기도회에 함께했다. 양승진 교사 부인 유백형 씨는 기독인이 세월호를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빨리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도록 힘을 더해 달라고 했다. 사진 맨 위는 조성돈 교수, 사진 맨 아래 왼쪽은 권오복 씨, 오른쪽은 유백형 씨. ⓒ뉴스앤조이 이사라

실종자 가족 증언 시간에는 8개월 동안 안산에 한 번도 가지 못했던 유백형 씨가 말했다. 그는 어제, 오늘, 내일, 모두가 4월 16일이라고 했다.

"8개월이 지났지만 저에게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에요. 저는 남편의 뼈 한 조각이라고 찾고 싶어요. 그래서 하나님이 계신 곳으로 남편을 보내 주고 싶어요. 그래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질 것 같아요."

그는 기독인이 세월호를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빨리 세월호를 인양해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힘을 합쳐 줄 것을 부탁했다.

기독인은 소리 내어 실종자가 조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것과 실종자 가족의 안녕과 평강을 위해 기도했다. 그들 곁에 자원봉사자들과 돕는 손길이 끊이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또한 정부가 애초에 약속한 대로 선체 인양을 조속히 실시하여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하도록 간구했다.

▲ 기독인들은 세월호 가족과 함께 성탄 기도회를 했다. 기도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수능을 마치고 온 고등학교 3학년 안영진 학생은 본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며, 그 중 하나는 세월호 가족을 만나 아직 잊지 않았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 맨 아래는 기독인이 방명록에 남긴 메시지이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기도회를 마친 후, 임왕성 대표(새벽이슬)는 간식과 모금액을 실종자 가족에게 전달했다. 정부의 수색 종료 이후, 공식적인 지원이 모두 끊어졌다. 전기 지원만 계속되고 있다.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버티고 있다.

5시가 되어서 기독인들은 다시 서울로 향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기독인이 버스를 타는 곳까지 나와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하며 배웅했다. 찾아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기도회에 참석한 거룩한빛광성교회 문경희 집사는 실종자 가족을 만나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조금씩 잊어 가고 있었는데 직접 만나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팽목항이 세월호를 상징하는 장소로 보존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씩은 방문할 계획이다. 기독인들도 팽목항을 꼭 한 번쯤은 찾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생 커플도 함께 팽목항을 찾았다. 김기현·황수연 학생은 아픔이 있는 곳이 예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월호 가족이 있는 곳을 찾았다고 했다. 황수연 학생은 자신의 방문이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진 못할 거라고 했다. 그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수능을 마치고 온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있었다. 안영진 학생은 팽목항에 가기 위해 집에서 새벽 5시 30분에 출발했다. 그는 그동안 '고3'이라는 핑계로 못 왔다며 늦게 찾아와 봤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본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무력감을 느낀다고 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는 세월호 가족을 만나 아직 잊지 않았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 실종자 가족들은 기독인들이 버스를 타는 곳까지 나와서 배웅했다.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찾아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지난 11월 11일 정부는 세월호 수색 작업을 종료했다. 이후 공식적 지원이 끊어졌다.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이동식 주택에서 생활하며 시민들의 후원으로 버티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팽목항 주변에 가득 찼던 시민·종교 단체 등의 천막은 모두 사라졌다.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등의 노랑색 현수막만 걸려 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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