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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초전동에는 '첫번째 펭귄'이라는 매우 독특한 이름의 한의원이 있다. 이름 뿐 아니라 병원의 설립과 운영 방식도 색다르다. 면허를 가진 의사 명의로 등록하는 일반 의원이 아니라, 협동조합이 설립과 운영을 책임지는 의료생협 법인 의원이다. 설립 주체인 씨앤디(C&D)의료소비자생협은 작년부터 병원 설립을 준비해, 그해 5월 30여 명이 모여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뜻을 세운 30명이 그해 연말까지 조합원 300명과 3천만원의 출자금을 모아 병원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5개월째 운영하고 있다.

한의원의 사무업무와 물리치료 분야를 맡고 있는 이문환 이사장을 만나 보았다.

- 한의원 이름 치고는 아주 특이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남극의 펭귄들이 추운 겨울동안 알을 부화해서 새끼들이 깨어나면, 봄에 수영 연습을 하
게 된다. 하지만 시퍼런 바닷물과 포식자인 바다사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뜻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는데, 첫 번째 펭귄이 용기를 내어 뛰어들고 나면 나머지 펭귄들이 우르르 뒤를 따라 수영을 한다. 그 첫 번째 펭귄처럼 용기를 갖고 의료생협을 시작해 보자는 의미로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특이한 이름 때문에 기억해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 의료생협이 일반병원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병원들은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설립하는 비영리 법인이고, 의료생협은 의료서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법인이 병원을 설립하고, 의사를 고용하거나 함께 설립하는 형태이다."

- 의료생협 관련법이 통과된 후 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고 들었다.
"법이 통과되고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많은 의료생협이 생겼고,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편법으로 병원을 설립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들도 많다. 의료계에서는 그런 병원을' 사무장 병원'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도 그렇게 오해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 그러한 병원들과 제대로 된 의료생협은 어떻게 구분 가능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협이 운동단체라고 생각하는데, 엄연히 경영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켜야하는 사업체 성격이 크다. 운동성만 강조하다 보면 오래가지 않아 주저앉게 될 것이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정당하게 경비로 사용하고 남는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적립을 하는 것이 맞다. 수익이 있어야 확산이 가능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생협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조합원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조합원들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참여와 운영이 핵심이다."

- 굳이 의료생협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물리치료사 과정을 공부하고 국제대학교에서 교수로 있다가 퇴직하게 되었다. 우선은 생계문제에 대한 돌파구였고, 한편으론 과잉진료를 하지 않고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설립하고 싶었다. 주변에 뜻있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힘을 모으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됐다."

- 조합원 수와 출자 규모는 얼마나 되나?
"조합원 가입 문턱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출자금 1만원을 납부하면 조합원자격을 가질 수 있고, 조합원은 일반인 진료비보다 30% 저렴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500명의 조합원이 있다."

- 가입 출자금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일부 다른 병원에서는 이 때문에 환자 유입 수단이라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표준 정관에 따른 것이다."

- 의료생협이 정착되기 어려운 점 중의 하나가 의사들의 급여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일반 병원에 비해 급여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그 문제가 의료생협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과제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주변 일반병원의 급여 수준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의사더러 희생을 요구하기도 힘든 점이 있다. 일반병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다."

-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비조합원들도 있는가?
"처음에는 조합원 환자만 받도록 되어 있었지만, 현실을 고려해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일반 환자를 받을 수 있다. 펭귄한의원의 경우 전체 환자의 90%가 조합원이고 일반인 환자는 10% 미만이다."

덧붙이는 글 |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http://jinjunews.tistory.com/



태그:#이문환, #의료생협, #첫번째 펭귄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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