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던 양질의 청년 관련 법안들 결국 ‘자동 폐기 신세’

이효상 기자

“그런 식으로 따지면 (청년뿐 아니라) 취약계층 아닌 데가 어디 있겠어요, 다 취약계층이지. 장년층은 취약계층 아닙니까?”(2015년 12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지난해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대기업이 청년을 의무고용토록 하는 법안을 심사했다. 이 법안이 최초 발의된 것은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2012년 5월30일이었다. 하지만 환노위 법안 심사는 임기 종료 6개월을 앞두고서야 처음으로 열렸다.

19대 국회 임기 동안 이 법안을 대표해 발의한 의원만 14명에 이른다.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이 가장 먼저 법안을 냈고, 그 뒤를 같은 당 김태원 의원이 따랐다. 현행 법안은 공공기관에만 정원의 3%만큼 청년을 의무고용토록하고 있지만, 두 여당 의원은 정원의 5%만큼 의무고용토록 확대하고 대기업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장하나 의원,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도 발의자였다.

법안 심사 분위기도 처음엔 나쁘지 않았다. 더민주 은수미 의원은 “청년이 다른 계층에 비해 훨씬 실업이나 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에 대해 과감한 특혜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도 “저는 늘려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동의했다.

하지만 “다른 계층에 대한 불이익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정부 측 의견이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노동부에서 제시한 그 의견에 동의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이 법안에 대해서는 아무 결론이 나지 않았다.

19대 국회의원들이 임기 동안 발의한 법안 1만5430건 중 9534건이 이처럼 소관 상임위에서 결론없이 떠돌고 있다. 계류 법안들 중에는 청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안이 꽤 있다.

청년비례로 여의도에 입성한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기숙사가 부족한 대학의 경우 기숙사를 짓는 데에만 건축적립금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청년 주거 문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다.

같은 당 장하나 의원은 ‘노동시간 단축을 사용자에게 강제할 수 있는 법안’과 ‘선거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법안’을 냈다. 장 의원은 27건의 청년 관련 정책을 발의했지만 단 2건만 국회에서 처리됐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도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청년 참여를 촉진하는 ‘청년발전기본법안’ 등 11건의 청년 관련 정책을 냈지만 단 3건만 처리되는 데 그쳤다. 나머지 법안들은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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