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부츠, 여자들 눈엔 정말 예쁜가요?” [스타일 남vs.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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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의 패션토크] 장마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 김 모 씨. 일기예보를 보며 내일 레인부츠를 신을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일과가 됐다. 레인부츠를 신을 때 입을 옷차림도 준비했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핫팬츠에, 너무 어려 보이지 않도록 부들부들한 레이온 셔츠를 입기로 했다. 행여 길지 않은 다리 때문에 부츠의 무릎 부분이 꺾이는 비극이 생길까 인터넷을 뒤져 레인부츠용 깔창까지 이미 마련했다. 이제 비만 오면 된다.

6월 레인부츠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이상이나 뛰었고, 온라인 유통에서도 그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체마다 이 특수를 놓칠세라 장마마케팅에 한창이며 많은 신발브랜드가 레인부츠 생산에 뛰어들었다.

폭우에도 발이 젖을 염려 없고 트렌디한 감각까지 선물하는 기특한 아이템. 하지만 작업용 장화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아이템이 유행이라는 게 남자들은 어이없기만 하다.

인터넷상에서 남성들은 “겨우내 어그부츠 신고 영의정 놀이하더니, 레인부츠는 작업반장 콘셉트인가?”라는 말로 이를 비웃는가 하면 “굵은 다리에 레인부츠라니, 마치 아톰 같다”며 빈정거린다.

레인부츠. 2013년 초여름 가장 핫한 트렌드인 이 아이템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는 극명하다. 이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우선, 레인부츠에 남성들이 쌍심지를 켜기 시작한 것은 바로 얼마 전 보도된 높은 가격 때문. 레인부츠 한 켤레에 70만 원을 호가한다는 기사가 등장하자 거리에 넘쳐나는 수많은 레인부츠족은 순식간에 된장녀로 전락했다. 사실 70만 원대로 소개된 제품은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일부 모델이며, 레인부츠의 원조 브랜드 H의 제품은 10만 원대 후반에서 30만 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비 맞은 후의 관리를 위한 클리너와, 겨울용 속 양말을 함께 장만하기도 하는데 이 양말 중 비싼 것은 10만 원이 넘는다. 남성들이 보기엔 예쁘지도 않은 부츠가 비싸기까지 하니, 레인부츠를 신은 여성을 단지 유행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아이템에 돈을 쓰는 생각 없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바로 심미적인 부분. 꽤 많은 남성이 여성의 종아리에서 이어지는 가느다란 발목 선을 좋아한다. 페티시라 할 정도의 광적인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종아리와 발목 라인은 여성만이 가진 아름다움이다. 바로 이 매력적인 부분을 무지막지하게 가려버리는 존재가 남성에게 반가울 리 없다. 역설적으로 여성에겐 자신 없는 종아리 라인을 가려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레인부츠는 바람이 통하지 않아 위생 면에서 취약하다. 대부분이 고무나 PVC 소재로, 젖은 다음 제대로 말리지 않거나 면양말과 신지 않으면 냄새를 유발하며 습기가 차면 무좀균이 번식하기 쉽다. 이에 은은한 향기로 무장해야 할 여성이 신기엔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다.

30대의 회사원 박 모 씨는 “색이라도 예쁘면 모르겠는데 검정이나 남색은 작업용 부츠와 다름없어 보인다. 저런 것을 20만 원이나 주고 사다니, 여자들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대의 대학생 이 모 씨는 “비 올 때 신는 건 이해하지만, 화창한 날 알록달록한 장화 신은 여성은 나잇값 못하는 것 같다. 애들도 아니고. 덥지도 않느냐”며 “레인부츠와 레깅스와의 조합은 그야말로 최악”이라 덧붙인다.

하지만 남성이라고 이를 다 싫어하는 건 아니다. 패션브랜드 MD로 종사하는 백 모(39) 씨는 “여성들은 레인부츠를 신기보단 브랜드 H를 신는 거다. H의 가격이 그렇게 높지 않았으면 레인부츠가 이 정도로 유행하진 않았을 것”이라 꼬집는다. “하지만 잘 어울리면 보기 좋다. 브랜드 H나 A를 어울리게 신으면 정말 예쁘다. 남자인 나도 신고 싶을 정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거리에는 무릎 위 길이의 바지와 함께 레인부츠 신은 남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보통의 남자들 사이에선 그야말로 꼴불견일 테지만.

레인부츠의 열풍은 10여 년 전 브랜드 S를 필두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건강신발의 열풍을 떠오르게 한다. 일명 ‘효도신발’로 불리던 이 신발은 앞 코 부분부터 둥근 모양으로 사정없이 들어간 주름 때문에 마치 달인이 빚은 듯 먹음직한 왕만두를 연상시켰고, 하이힐에 지친 어머니의 발에 편안함과 함께 못남(?)을 선물했다. 사람들은 이를 ‘여포신발’이라 불렀는데 편안함을 위해 이걸 신는 순간 여자이길 포기하는 것이란 의미에서다. 여성이 보기에도 안 예쁜 이 신발에 발을 집어넣을 수 있었던 것은 발이 편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높은 가격도 한몫했다. 이에 많은 어머니들은 아름다움을 포기한 채 딸이, 며느리가 선물한 이 아이템에 굴복해야 했다.

비싼 가격과 둔탁한 디자인으로 남성들에게 조롱받는 레인부츠. 물론 레인부츠를 사랑하는 여성의 반론도 만만찮다. 빗물에 젖어 발이 축축한 채로 다니는 것보다 훨씬 쾌적하고 스타일리시하다는 것. 또한 비싼 아이템만 있는 것도 아니고 10만 원 미만으로도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으며, 우중충한 장마철에 화사한 레인부츠 하나가 주는 상쾌함을 남자들이 알 리 없다는 것. 즉, 내가 만족해서 신으니 남자들이 싫어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얘기다.

어찌 됐건 어릴 때 신던 장화가 어느 날 갑자기 ‘레인부츠’란 이름을 달고 패션아이템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부츠가 여름철 클래식 아이템이 될지 잠깐의 유행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비싼 유행아이템을 사 신음으로써 갖는 우쭐함에 더해 편안함과 트렌디함에서 오는 자기만족까지. 남성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많은 여성이 비오는 날을 싫어하지만은 않게 됐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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