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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유 찾아온 탈북민에게 보금자리 못 되는 한국의 현실

입력 : 
2019-10-11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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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으로 들어온 이들 중 제3국으로 떠난 탈북민이 속출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품에 안겼다가 다시 해외로 이주한 탈북민은 올해 7월 말 기준 749명에 달했다. 28명은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3만3000명에 이르는 탈북민 규모를 감안하면 사회적 배려가 절실해 보인다.

매일경제 취재팀과의 인터뷰를 보면 탈북자를 제3국으로 내모는 가장 큰 이유는 차별이었다. 자기 나라를 버리고 온 배신자라는 낙인이나 북한 실상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말한다는 혐오성 공격이 탈북자를 곤혹스럽게 만든다고 한다. 같은 언어에 같은 민족인데도 탈북민에게 쏟아지는 냉대와 무시는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었을 것이다. 대기업 취업에서는 내놓고 배제됐고, 중소기업에서조차 저임금의 허드렛일만 맡기는 게 대부분이었다. 북한에서 일류 대학을 나왔고 전문성도 갖고 있지만 무조건 하층민 취급을 당했다는 하소연이다.

남북하나재단이 조사한 '2018년 북한이탈주민 정착 실태조사'를 보면 대상자의 22.5%가 단순 노무에 종사했고, 그나마 3년 이상 근속자는 10명 중 3명에 그쳤다. 탈북자들이 1순위로 꼽은 게 취업·창업 지원(25%)인 걸 보면 얼마나 큰 장벽에 막혀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탈북민 신분과 차별이 자녀세대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제3국행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탈북민의 늘어나는 제3국행은 그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는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부족한 포용성과 차별에 익숙한 이중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다. 탈북민을 사회적 약자로서 배려하고 껴안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늘어날 수 있는 인력 교류와 미래 통일시대에 남북한 주민 간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도 지금 탈북민을 보는 시선에 선입견과 차별을 걷어내야 한다. 탈북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남한 사람과 똑같이 대우해 달라는 말에 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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