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라임 펀드’ 손실액 1조원, 금융당국은 뭘 한 건가

2020.02.16 20:08 입력 2020.02.16 20:09 수정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한 1조7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투자손실 규모가 1조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됐다. 7000억원 가까운 손실이 드러났고, 추가로 수천억원의 부실이 예상된다. 원금 전액 손실 펀드도 확인됐다. 이런 ‘깡통펀드’가 더 늘 것이라 한다. 라임 펀드의 60%는 개인들이 투자했다. 투자자 중에는 은퇴자·중소상공인은 물론 ‘쌈짓돈’을 푼푼이 모아 맡긴 저소득층도 적지 않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금융당국은 뭘 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 검사결과를 보면, 라임의 펀드 운용은 ‘과연 정상기업이 한 짓인가’ 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설계부터 잘못됐다. 4개 모펀드는 만기 2~3년짜리 장기자산에 투자하면서, 정작 투자자들에게는 단기 환매가 가능한 것처럼 팔았다. 부실은 다른 펀드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돌려막기’를 했다. 모펀드 중 하나인 무역금융펀드가 다단계 금융사기에 휘말린 사실은 아예 숨겼다. 이 과정에서 신용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로 빌린 수천억원마저 날릴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투자는 내부통제·심사 절차 없이 몇몇 경영진에 의해 결정됐고, 이들은 ‘임직원 전용펀드’를 통해 직무상 얻은 정보로 수백억원의 부당이익까지 챙겼다.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판매 또한 부지기수다. 구멍가게보다 못한 주먹구구식으로 펀드를 운용·판매하면서 뒤로는 제 배만 불렸다니 기가 찬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등 규제를 완화한 때문에 빚어진 측면이 크다. 규제는 풀면서 정작 투자자 보호에는 눈감아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개인투자 요건, 판매사 책임·관리감독 강화’ 등을 담은 개선방안만을 내놓은 금융당국의 태도는 아쉽다. 500조원 규모로 불어난 사모펀드는 잘 운영하면 투자가 기업으로 흘러, 성장과 고용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성긴 투자자 보호와 감시망은 되레 경제를 망칠 수 있다. 금융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투자 확대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금융당국은 당장 법과 제도적 보완장치를 더욱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 사태의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감시·감독을 소홀히한 금융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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