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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권시장은 이미 재정적자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입력 : 
2019-11-11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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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 악화로 세수는 예상보다 줄어드는 반면 정부 지출은 고삐 풀린 듯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내년에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규모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고되자 채권시장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지만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발행 증가에 대한 걱정 등으로 오히려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정부의 통합재정수지는 올 들어 9월까지 26조원 적자로 1999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 적립액을 제외하고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를 보면 적자는 57조원으로 늘어난다. 내년부터는 더 심각하다. 투자·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내년에도 국세 수입은 올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근로·자녀장려금, 기초연금 등 현금성 복지예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확장 정책을 내세우며 내년에 관리재정적자를 72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인 60조원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국채가 시장에 쏟아지면 금리는 상승(채권값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지난 8월 중순 1.09%까지 하락했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최근 1.52%까지 급등했다. 미국 등 선진국 국채 수익률도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그 이유를 놓고는 사뭇 다른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내년 경기 개선 또는 미·중 무역분쟁 해결에 대한 기대를 주로 반영하고 있다면 국내 금리 상승은 국채 발행 증가에 대한 걱정을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더라도 성장의 활력을 높여 세수 기반을 확대하는 선순환을 가져온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 예산이 현금성 복지에 집중되고 노동시장·규제 개혁은 한 발짝도 진전이 없다 보니 경기 진작 효과에 대한 믿음이 시장에서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적극적인 재정 확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적자만 키운다면 나라 살림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에 심각한 불안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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