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죄 확정 ‘안희정 성폭력 사건’에서 배워야 할 것들

2019.09.09 21:03

수행비서 성폭력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아 유죄가 확정됐다. 지난해 3월 김지은씨가 언론을 통해 피해사실을 폭로한 지 1년 반 만에 나온 법원의 최종판결이다. 위력을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이 명백한 범죄임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9일 대법원 2부는 안 전 지사의 10개 혐의 중 9개를 유죄로 판단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1심은 무죄로, 2심은 유죄로 엇갈린 상황에서 대법원은 2심 판결이 맞다고 판단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용자를 상대로 법과 정의에 기대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환영했다. 정치권에서도 “사필귀정의 확립(바른미래당)” “피해자다움은 가해자의 무기가 될 수 없다는 이정표를 세웠다(정의당)” “위대한 싸움을 진행한 미투 운동의 승리(민주평화당)” 등 일제히 환영논평을 냈다.

지난해 초부터 터져 나온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중에서도 안 전 지사 사건은 특히 1, 2심 판결이 뒤집히며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위력이 존재는 했으나 행사되지 않았다’는 논리로, 1심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됐던 ‘위력 행사의 유무’와 ‘피해자다움’이 공방의 핵심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비론이 고개를 들며 꽃뱀 음해와 진영 논리까지 더해져 개인적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한 채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가해지기도 했다. 가해자 동정여론과 피해자 비난은 위력 행사에 고통을 당하는 ‘보통의 김지은들’과 가해 권력자들의 눈높이 차를 실감케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며 국내외에서 도도하게 진행되는 미투 운동이 시대적 대세임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공대위가 밝힌 대로 이번 판결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성폭력을 끝내는 변곡점이 돼야 한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성평등이 한발 더 전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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