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대구 자택대기중 사망만 4명…이제라도 원격의료 허용해야

원격의료 일부 허용했지만 전화로는 생태학적 징후 확인 어려워

기저질환자 맥박·심전도 측정하고도 의료진에 데이터 전송도 못해

자가격리 중 사망자 잇따라…"진작 규제 풀었으면 막을 수 있었다"

3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기 위한 교대 근무를 들어가고 있다.3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기 위한 교대 근무를 들어가고 있다.



3일 0시 기준으로 대구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는 전날보다 520명 증가한 3,601명이었다. 이 가운데 병원에 입원했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환자는 1,4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약 2,200명의 환자가 집에서 병상이 나거나 격리 시설이 확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환자들의 이송도 쉽지 않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160명을 생활지원센터로 이송하고자 했으나 구급차의 물량이 부족해 138명만 입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 대구에서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사망한 사례가 4건이나 나왔다. 의료업계 일각에서 원격진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대구광역시는 자택 대기자들을 위해 대구시의사회 소속 의사와 24시간 상담 핫라인을 기존 70라인에서 100라인으로 확대했지만 전화 상담 특유의 허점이 속출하고 있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자가격리 중 숨진 사례에서 전화 모니터링 시스템 안에 있었던 분은 안타깝게도 한 분도 없었다”며 “전날 기준 입원대기자 1,928명 중 600명은 관리 대상으로 넣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전날 브리핑에서 “바뀐 지침상으로는 심박수, 수축기 혈압, 호흡수, 발열, 의식 수준 등 다섯 가지 기준으로 점수를 내야 하지만 자가격리자나 입원 대기 중인 분들은 생태학적 징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원격의료를 허용했으면 사망자를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재까지 사망자 31명 전원은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기저질환)이 있었다. 보통 신부전·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인데 만성질환 환자들은 대부분 자택에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마련해 놓는다. 그리고 이들 의료기기는 보통 맥박·혈압 등 코로나19의 중증도를 판별할 수 있는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제한으로 의료진에 전송하는 게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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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휴이노의 시계형 의료기기인 ‘메모워치’는 애플워치처럼 손목에 착용했을 때 맥박과 심전도, 산소 포화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아울러 이들 정보를 의료진에 전송하는 기능도 담겨 있다. 물론 국내에서는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아 의료정보 병원 전송 기능은 빠졌다. 맥박, 심전도, 산소 포화도 모두 코로나19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지표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의료진 전송 기능이 진작 허용됐다면 자택 격리 중인 중증 환자를 병원에서 미리 판별할 수 있었고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역시 “기저질환자가 사용하는 의료기기에 생체 신호의 의료진 전송 기능을 진작 허용했다면 우리나라 특유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발휘해 고위험 환자를 쉽게 분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뒤늦게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한다고 했지만 경험이 없었던 만큼 어떤 기기와 기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가장 원시적인 원격의료인 전화진료만 수행하는 게 현주소”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코로나19 치료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병원 내 감염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화를 이용한 치료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알리페이 애플리케이션 내 전문의 상담 서비스인 ‘알리 헬스’가 있는데 여기서만 2,000여명의 의사가 매일 10만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한다. 중국 안후이 의대 호흡기 의사 왕란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평균 600명의 환자를 온라인으로 상담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텔레닥 등 화상전화를 활용한 원격의료 시스템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원격의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부회장은 “평소 시스템을 갖춰둬야 감염병 대유행이 돌 때 대응할 수 있다”며 “메르스·코로나19처럼 유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원격의료와 의료데이터 활용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구에서는 사망자 3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입원한 77세 남성이 이날 숨졌다. 그는 고혈압, 당뇨 등 질환이 있었다. 전날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 확진판정을 받았던 83세 남성도 이날 오전 12시쯤 사망했다. 전날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기저질환으로 치매가 있었다. 지난달 23일 확진 판정을 받은 75세 남성도 이날 숨졌다. 31번째 사망자로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앓았다.
/오송=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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