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일본답사기 완간 "일본미술은 한국미술의 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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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11.05. 오전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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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답사기 완간 유홍준 교수

"일본 장인정신은 배워야"…"다시 국내 답사기 작업중"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문화유산 이야기꾼인 유홍준(65) 명지대 석좌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을 제4권 '교토의 명소'를 끝으로 완간했다.

이를 기념해 4일 광화문 모 식당에서 기자들은 만난 그는 일본편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으며, 향후 활동 계획은 어떠한지를 밝혔다.

"주변에서는 중국편도 하지 않느냐 하는 말이 있기 합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생각이 없습니다. 중국편을 한다면 일본편보다 더 길어야 하니, 70세까지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러기는 힘들 듯합니다. 다시 국내로 돌아와 남한강변을 따라 충청북도에서 경기도를 거쳐 서울로 내려오는 답사기를 쓰려고 하고 이미 작업 중입니다. 미술사 개설서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일본답사기는 '규슈'를 시발로 '아스카·나라', 그리고 '교토의 역사'에 이어 이번 '교토의 명소'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일본편을 유 교수는 '우리'의 관점에서 읽는 문화유산 이야기임을 표방한다. 그래서인지 비단 이번 마지막 권뿐만 아니라 전편에 걸쳐 한반도 도래인이 일본 열도에 남긴 자취를 더듬는 여정을 취한다.

일본답사기 완간 유홍준 교수

'교토의 명소'는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는 부제처럼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토대로 저들의 문화를 꽃피운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특히 일본문화의 특색 중 하나로 간주되는 '정원'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풀어놓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일본의 지은원과 건인사, 대각사와 천룡사, 상국사와 금각사·은각사, 남선사, 대덕사, 가쓰라 이궁(離宮), 수학원 이궁을 차례로 밟는다.

일본의 문화 형성에서 한반도가 끼친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점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유 교수는 강조한다.

"일본답사기는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겁니다. 일본이 (고대 문화의 상당 부분을 한반도에서 받아들였다는) 과거사의 콤플렉스에 우리를 무시하고, 우리는 근세사의 비극 때문에 일본을 무시하는 실정입니다. 일본이 우리 문화를 받아들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모든 것을 죄다 우리가 주었다고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의 경주에 해당하는 일본의 나라에는 동대사(東大寺)라는 유서 깊은 거찰이 있고, 거기에는 세계 최대 청동대불이 봉안돼 있다. 이 대불은 쇼무천황(聖武天皇. 재위 724~749)이 발원해 조성했다. 이 사건을 유 교수는 "일본이 당이나 신라와 같은 고대국가로 성립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서 요즘으로 치면 도쿄올림픽 개막식과 같다"고 평가한다.

"일본열도로 이주한 백제인 후손으로 5대나 6대, 7대 후손은 백제인으로 봐야 하는가? 일본인으로 봐야 한다"는 말로 한국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 스스로 이룩한 일본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그는 "일본미술은 한국미술의 외연"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일본미술은 단순히 한국미술의 모방이나 전래가 아니다. 한국문화에서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그들 나름의 독자적인 문화를 이룩했다는 뜻이며, 그래서 일본미술을 함께 알아야 한국미술의 영역 또한 외연을 확장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는 세계를 향해 각 분야 진출이 활발해지는 중국을 겨냥해 "중국의 지분율이 낮아지고 한국의 포함한 주변국의 지분율이 높아져야 한국의 위상 또한 자연히 커진다"면서 "하지만 전통시대에 우리나 일본은 중국을 열심히 따라 해서 2등이 되는 데 만족했다"고 말했다.

일본답사기 완간 유홍준 교수

한·일간 해묵은 감정과 관련해 그는 "한국과 일본이 극단적 대립을 빚은 것은 임진왜란과 근대 35년간 일본의 식민지배 두 번뿐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그는 임란과 정유재란 직후 두 나라 조정이 보인 화해 무드에서 오늘의 대립을 해소할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도쿠가와 막부는 조선이 필요해서 쇄국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서도 조선에 대해 팔을 벌렸다"면서 "조선 정부 또한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릉을 파헤친 범인 2명이 가짜인 줄 알면서도 화해의 제스처로 받아들인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비판도 많이 덧붙였다. 특히 일본은 자발적인 희생으로써 민주주의를 이룩한 적이 없다면서 "일본의 민주주의는 다이쇼(大正)시대 탁상에서 논한 민주주의와 점령군 맥아더가 강제로 심은 민주주의밖에 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가 일본에서 가장 본받을 점으로 장인정신을 지목했다.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측 대회조직위원장이 한국 대표단을 자신의 붕어빵집으로 데려간 사실을 환기하면서 "그 집 가훈이 '머리부터 꼬리까지 팥'이었다. 속여서 붕어빵을 만들지 않겠다는 표현 아니냐"며 "일본에는 이런 장인정신이 곳곳에서 살아있으며 그것이 부럽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장인정신이 지나쳐 전통의 계승에만 골몰한 나머지 작가의 예술혼을 끝까지 불태운 예술작품이 적은 단점도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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