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교안의 부적절한 5·18 발언, 더 부적절한 한국당 해명

2020.02.11 20:35 입력 2020.02.11 20:55 수정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5·18 발언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9일 성균관대 앞 분식점에 들러 “내가 여기서 학교를 다녔다”고 소개한 뒤 “아,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1980년.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고 이랬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말 대신 왜 ‘하여튼 그 무슨 사태’라고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황 대표의 말에서 5·18의 의미에 동의하는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시대의 비극에 공감하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느낌도 없다. 오히려 당시 신군부가 시민과 언론에 강요한 ‘광주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란 표현을 연상케 한다. 시민들이 합의한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정의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이 공당의 대표라니 당혹스럽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일을 대하는 한국당의 태도이다. 한국당은 11일 ‘황 대표 발언에 대한 사실관계 정리’라는 제목으로 낸 자료에서 “황 대표는 당시 혼탁했던 정국 속에서 대학의 문이 닫혀야 했던 기억을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휴교한 기억을 더듬다 5·18을 언급한 것뿐이라는 해명이지만, 왜 5·18을 ‘하여튼 그 무슨 사태’라고 했다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5·18은 전두환이 집권한 5공시절 ‘광주사태’로 불리다가 1987년 민주항쟁 이후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공안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에 국무총리까지 지낸 황 대표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황 대표가 그렇게 표현한 것은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말을 쓰기 싫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한국당은 “5·18민주화운동과 관계없는 발언을 역사 인식 문제로 왜곡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기 바란다”며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도리어 화를 내는 격이다.

한국당의 5·18에 대한 변하지 않는 인식과 태도가 절망스럽다. 한국당은 지난해에도 5·18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위 구성에 억지를 부리고, 5·18을 폄훼한 의원도 징계하는 시늉만 했다. 말실수를 했으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옳다. 이치에 닿지 않는 궤변으로 실수를 모면하려는 모습이 추레하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정당이 두 달 후 총선에서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으며, 또 보수대통합을 외친들 무엇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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