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이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 겸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에게 당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한편의 정치 코미디일 뿐 아니라, 이런 식으로 혁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자유한국당 인식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이국종 교수는 일반 병원이 돈이 안 된다고 외면하는 중증 환자들을 살려내는 데 평생을 바친 훌륭한 의사다. 그런 존경받는 인사를 정당의 활로를 찾는 발판으로 활용하려 했다니 씁쓸하기 짝이 없다. 물론 오죽했으면 이 교수까지 영입하려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자유한국당의 모습에선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세차례나 대선에서 지고 정계를 은퇴한 이회창 전 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탄핵 선고를 내린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진보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까지 수십명의 이름 있는 인사들을 본인 뜻에 관계없이 입에 올리고 언론에 흘린다. 그렇게 명망가 영입에만 힘을 쏟는 건, 얼굴을 화사하게 분칠해 현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생각해보라. 114명 국회의원들 누구 하나 온전히 특권을 버릴 생각은 하지 않고, 친박과 비박은 ‘네 탓’만 하며 계속 싸움박질하는 정당에, 화타나 편작이 온다고 해서 안으로 썩을 대로 썩은 환부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겠는가. 이국종 교수가 아무리 뛰어난 외과의사라 해도, 뼈와 살을 가를 의지 없이 ‘좀비’로라도 버텨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자유한국당을 되살리기란 불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은 누구를 영입할지 고민하기 전에, 진심으로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중앙당 축소’ 같은 구태의연한 방식 말고, 아예 당을 해산하고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는 수준의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정도의 진정성이 있어야 국민 믿음을 얻고 좋은 인사를 당에 모셔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