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 그냥 』 - 김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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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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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이 책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냥... 좋아서...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왜 좋으냐고?  그냥 좋다. 제목처럼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냥 좋은 건 아니었다. 글인지 그림인지 알 수 없는 그속에 너무나 많은 것이 담겨 있어서 바라보는 순간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나 어릴 적 학창시절에는 학교에서 정규수업으로 서예시간이 있었다. 지금처럼 먹물을 따로 팔지 않았었다. 붓과 습자지를 준비하고 무거운 벼루와 먹을 준비해야 했기에 번거롭기도 했지만 먹물 가득 찍은 붓을 들어 습자지위에 대면 마술처럼 번져나가는 먹물의 번짐이 이상하게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은근하게 스며드는 필자의 짧은 글들은 詩일까, 산문일까? 


'童心畵' ,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아이의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일까?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말이 보이긴 하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러스트를 꽤나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 글, 우리 말로 이렇게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는 게 이채로웠다. 일전에 신문을 통해 우리 글의 아름다움에 반해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칭찬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한글로 디자인된 옷을 입고 걸어가는 파란눈의 모델들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전해받았었다. 지리산 자락에 사는 사람은 모른다.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그냥 앞산이고 뒷산일 뿐이다. 그것처럼 우리도 늘 우리 것이기에 그런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글로 보면 글이고 그림으로 보면 그림이다.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그런 느낌. 나이들면서 가끔씩 이런 생각을 했었다. 어른이 되어도 아이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지금처럼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만큼은 오지 않았을거라는. 느리게 감상하고 조금씩 행복해진다는 책표지의 말이 너무 좋다. 만들어진 형식과 정해진 틀에 치이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게 뭐지? 할수도 있겠지만 그렇다해도 아무 생각없이 그냥 몇 분만 들여다 보라. 책속에서도 언급되어진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詩처럼 김문태라는 화가가 그린 그림도 그렇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오래 보지 않아도 슬쩍 시선속에 들어오는 글자는 바라보는 순간부터 베시시 웃게 만든다. 그래서 오래보게 만든다. 그제사 '읽는 그림'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꾸미지 않은 글이 참 좋았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소곤소곤... 이보다 더 곱고 예쁜 꽃이 있을까? (-136) 라고 표현했던 글을 보면서 정말 그렇군! 한다. 꼬끼오~ 하는 소리를 아나로그적 굿모닝 (-162) 이라고 했다. 그것도 정말 그렇군! 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준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평가되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간과할 수 없는 까닭이다. 별 것 없는데 별 것 있는 것처럼 살고 싶어하는 감춰둔 우리네 속내를 외면하지 말라고, 그렇게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그림들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꽉 채우지 않아 여유가 느껴지는 책이다. 살면서 '쉼표'가 필요하다면 곁에 두고 보아도 좋을... /아이비생각






아이비
아이비 일상·생각

◐ 지극히 평범하고, 다분히 현실적이고, 상당히 주관적인. ◑ 언제나 담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