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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외투자 사상 최대, 무엇이 기업을 밖으로 내모나

입력 : 
2019-09-30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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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과 국민이 올해 상반기 중 외국에 직접투자한 금액이 약 30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로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선 30%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이 기간 중 외국 기업이나 투자자가 한국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0% 정도 줄어들었다. 국내 투자가 얼어붙은 가운데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상은 한국 경제의 활력이나 고용을 감안할 때 우려할 만한 일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해외 직접투자액은 약 150억달러로 이런 통계가 작성된 1980년 이래 최고치였다. 해외 직접투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섯 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 직접투자 누적 금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세계 평균인 37%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한국 경제가 소규모 개방경제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 시장 진출이나 선진기술 도입을 위해 해외 직접투자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선진시장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도 해외 직접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노동 시장 경직성, 기업에 대한 규제 등으로 국내 투자는 얼어붙어 있는데 해외 투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니 걱정을 자아낸다. 올해 2분기 중 제조업의 해외 투자도 1년 전에 비해 14.3% 증가했다. 기업들이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 탓에 한국을 탈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2020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소득세·법인세 인하로 개인과 기업에 102억유로(약 13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밝혔다.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켜 민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과 달리 한국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30%에 육박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화학물질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 원격의료 불허 등 각종 규제도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데 앞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강행하면 기업의 경영 환경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란 걱정이다. 기업이 어떤 이유에서건 국내 투자를 망설이고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면 국내에선 일자리가 줄어들고 산업생태계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탓에 일자리를 옮겨가지 않도록 기업에 대한 세금·규제·노사 환경 개선은 잠시도 게을리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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