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읽음
사설

미국의 잇단 GSOMIA 복원 압박, 부당하다

2019.10.28 20:36 입력 2019.10.28 20:37 수정

미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놓고 한국 정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2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GSOMIA는 미국과 일본에,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GSOMIA 종료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틸웰 차관보는 또 “미국이 (한·일 갈등을) 중재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경제 문제가 안보 문제로 파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도 “한국이 GSOMIA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달 23일 효력이 종료되는 GSOMIA를 유지하라고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스틸웰 차관보의 발언을 보면 미국의 GSOMIA 복원 의지는 상당히 굳다. 그는 “GSOMIA가 종료돼도 한·미·일 방위기밀정보공유 각서(TISA)를 통해 군사정보를 계속 공유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보 공유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GSOMIA 종료는 당초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서자 한국 측이 어쩔 수 없이 택한 대응책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국을 향해서만 GSOMIA 종료를 철회하라는 것은 부당하다. 미측은 경제 문제가 안보 문제로 비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지만 한국의 안보 규정을 문제 삼아 경제보복을 가한 것은 바로 일본이다. 한국 측의 사정은 무시한 채 자국과 일본의 입장만 내세우는 태도가 실망스럽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도 마찬가지다. 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더 공평한 몫을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노골적으로 증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략무기 전개비용까지 요구하는 것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위배된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한국 정부는 GSOMIA를 존속하기 어렵다. 아무리 미국이 원한다고 해도 이는 주권국으로서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한국인들은 GSOMIA 종료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미국이 압박을 계속한다면 이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일임을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