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엠넷의 순위조작 논란, 또 다른 불공정

2019.11.06 20:49 입력 2019.11.06 21:13 수정

음악방송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 101>(프듀X)의 제작 PD 2명이 지난 5일 구속됐다. 두 사람은 <프듀X>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참가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간간이 투표조작 의혹이 제기되긴 했으나 순위조작으로 프로그램 제작자가 구속된 일은 전례가 없다.

엠넷은 시청자가 아이돌을 데뷔시킨다는 ‘국민 프로듀서’ 시스템으로 명성을 쌓아온 유명 음악채널이다. <슈퍼스타K>로 명성을 구축한 엠넷은 이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듀X> 시리즈를 선보이며 ‘오디션 왕국’으로 군림해 왔다.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과 같은 아이돌 그룹들은 모두 <프듀X> 무대를 통해 데뷔했다. 그러나 엠넷의 명성을 이끌어왔던 직접투표 시스템이 순위조작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담당 PD까지 구속되면서 방송사는 물론 전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

이에 따라 기왕에 엠넷 오디션을 통해 등단한 아이돌그룹은 활동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소속 기획사가 순위조작에 관여한 그룹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순위조작과 관련이 없는 그룹까지 선의의 피해를 입을 것은 자명하다. 유료 문자로 투표에 참여하며 자신들이 선호한 아이돌그룹의 탄생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낭패감도 작지 않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피해자는 오직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열정 하나로 아이돌의 꿈을 키워온 연습생들이다. 학업도 포기한 채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혹독한 수련을 거쳐 오디션에 참가한 연습생이 투표조작으로 낙방했다면 그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은 공정이다. <프듀X>가 시청자의 인기를 얻은 것은 연습생들이 실력으로 경쟁하며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엠넷의 ‘가짜오디션’ 논란은 공정을 기대한 참가자와 시청자들을 배반했다. 방송 제작사와 기획사가 시청률과 돈벌이를 위해 순위조작에 나섰다면 이는 채용비리나 취업사기에 버금가는 범법행위다. 엠넷의 순위조작 논란은 연예계의 불공정한 현실의 단면이다. 수사당국은 투표조작 의혹을 낱낱이 밝혀 연예계 비리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연예기획사들의 행태도 파헤쳐야 한다. 어른들의 불공정과 불법이 청소년의 꿈과 열정을 꺾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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