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꿈의 소재' 그래핀을 이용해 속도가 매우 빠른 반도체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적용해 그래핀 반도체를 구현하면 속도가 기존 반도체에 비해 100배나 빨라진다.

김형준(왼쪽), 윌리엄 고다드 교수.
김형준(왼쪽), 윌리엄 고다드 교수.
KAIST는 김형준 교수와 윌리엄 고다드 교수(이상 EEWS대학원)가 공동으로 그래핀을 이용해 트랜지스터의 온·오프 스위칭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해외 권위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지난 13일자 게재됐다.

그래핀은 전자이동 속도가 실리콘에 비해 100배 높은 소재. 반도체 소자로 응용할 경우 컴퓨터 속도가 그만큼 빨라진다. 때문에 그래핀은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래핀의 원자구조 특성으로 인해 온·오프 스위칭 효율이 낮은 점이 걸림돌이었다.

최근엔 그래핀의 스위칭 특성을 높이기 위해 원자구조를 변형시키는 방법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래핀의 최대 장점인 전자이동 속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KAIST 연구팀은 그래핀의 전자이동 메커니즘이 빛의 전파 과정과 유사함에 착안해 이러한 난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빛 반사 원리를 그래핀 전자에 적용, 게이트 전극을 톱니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이를 이용해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면 스위칭 효율이 최대 100배까지 높아진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원자구조를 변형시키지 않아 그래핀 특유의 빠른 전자이동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 현재 반도체 제작공정을 그대로 응용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이론적으로 제안된 메커니즘을 실현하면 그래핀 반도체를 활용해 연산속도가 빠른 차세대 컴퓨터 개발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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