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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정규직만 해고된 한국GM, 강성노조는 성역인가

입력 : 
2019-11-01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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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경남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570여 명에 대한 계약을 올해 말 종료하기로 했다. 경차 쉐보레 스파크와 경상용차 다마스·라보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은 모델 노후화로 가동률이 50%대에 머물고 있다. 신차 생산이 이뤄지는 2023년까지 2교대 생산라인을 1교대로 감축할 필요가 생겼고 이에 따라 비정규직 해고에 나선 것이다.

경영상 필요에 의한 구조조정은 전 세계 자동차 회사에서 일상다반사로 진행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 정리해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계급화된 한국 노동시장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해고된 창원공장 비정규직 중에는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불법 파견으로 인정하고 직접 고용을 지시한 인력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생산라인에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해왔다. 이들의 해고는 이중으로 법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부담을 지면서까지 회사가 해고를 통보한 배경에는 공장을 살리려면 구조조정은 해야겠고 비정규직을 빼고는 해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한국에선 공장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정규직은 자르기 어렵다.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무급 휴직에 들어갔던 300여 명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1일 부평 2공장으로 복귀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한국GM 정규직 노조 측은 "고용 안정에 대한 사측 약속 없이는 (창원공장의) 일방적 1교대 전환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규직 밥그릇은 안 건드린다는 약속을 해 달라는 것이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때 일의 성격이나 개인의 생산성이 아니라 정규직 신분이 기준이 된다면 이걸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나. 그런데 한국에선 실제 그 신분이 기준이 된다. 일단 정규직에 포함되면 업무 성과야 어찌 됐든 강성 노조의 보호를 받고, 비정규직은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1순위 정리 대상자가 된다. 한 번 정규직은 영원한 정규직이어야 한다면 이것이 신분제 사회가 아니고 뭔가.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해야 하고 변화의 핵심은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이 손쉽게 이뤄질수록 더 많은 산업과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이 구조조정을 정규직 강성 노조가 가로막고 있다. 자신들의 자리 보전에만 관심이 있을 뿐 산업 경쟁력이나 공정의 가치는 뒷전이다. 이런 부조리에 눈감으면서 혁신과 경쟁력을 말하는 정부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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