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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레 권한 줄인 질본 `청` 승격, 방역 컨트롤타워 턱도 없다

입력 : 
2020-06-05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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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발표된 질병관리본부 조직개편 방안을 놓고 이런저런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긴 했는데 독립성이나 방역 통솔 기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현재 질본 소속인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가 가져가는 바람에 기초 연구역량 및 직원과 예산은 오히려 지금보다 줄어든다.

질본을 청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해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더욱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핵심은 국가방역 컨트롤타워를 질본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초기에 누가 총책임자인지도 헷갈렸다. 국무총리와 복지부 장관이 각자 '내가 컨트롤타워'라는 식으로 나서면서 역량 분산과 중복이 발생했다. 일선 보건소에 대한 통제권이 지방자치단체에 있어 질본 지시가 현장에서 이행되는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직개편안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감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위기 상황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함께 대응하는 현 체제를 유지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위기 상황에서 전 부처가 공동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핵심은 누가 통제권을 갖느냐는 것인데 공동 대응이라고 해 버리면 컨트롤타워 일원화와는 멀어진다. 질병관리청이 상급기관인 복지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질병관리청 아래 권역별로 둔다는 '질병대응센터'도 권한이 모호하다. 보건소와 지자체 방역 공무원에 대한 통솔권이 없어 일사불란한 방역체제 구축이라 보기 어렵다. 전염병 치료제와 백신 연구를 담당하는 국립보건연구원은 환자 정보를 가진 질본과 한몸처럼 소통해 왔다. 이 조직을 떼어 복지부로 가져가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질병관리청을 만들어 인사와 예산권을 주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방역에 최적화된 조직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 기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청 승격을 하는 의미가 없다. 대의에 상관없이 자기 권한은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관료 사회의 속살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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