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몇몇 어르신들이 지하철역 기둥에 기대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길고긴 환승통로를 걸어오신 어르신들은 잠시 앉아 숨 고를 공간도 없다.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박카스 아줌마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보살이였다가 박카스 아줌마로 전락해 월세를 버는 한모 할머니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한 할머니 목소리 대신 '없는 국번이오니 다시 걸어달라'는 기계음이 반복됐다.
아시아경제 보도가 나간 뒤 2014년 1월 다시 만난 한 할머니는 당시 종로3가 지하철역에 쇼핑백에 칼을 넣고 다니며 박카스 아줌마를 위협하는 조선동포 남자가 있다고 두려움을 호소했었다. 진희(가명)라는 여자 뒤를 봐주고 있다며 구역을 넘보는 아줌마, 할머니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치고 병을 들어 위협하는 등 "뻑하면 폭력을 행사한다"고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좀 젊다 싶은 여자들에게는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할머니는 머리를 맞아 난 상처를 보여주며 "경찰에 신고하면 내빼는 바람에 소용없다"고 하소연했었다.
노정호 한국노년복지연합 사무총장은 2011년부터 샤머니즘이 가미된 사기행각이 점차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노 사무총장에 따르면 모객행위를 맡고 있는 점장이 홍보관에 어르신들을 모아놓고 설탕, 휴지 등을 주면서 가족관계, 건강상태 등 개인정보를 취득한 뒤 이 개인정보를 '판매책'에게 넘긴다. 그럼 이들이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어 "A 건강식품을 먹으면 악귀가 사라진다"거나 "자식이 잘 된다"는 등의 이야기로 어르신들을 꾀어낸다. 이전에는 그저 건강식품의 효과를 과대포장하는 수준이였다면 최근엔 자식의 안위와 본인의 건강상태를 염려하는 노인 심리를 파고드는 샤머니즘이 결합됐다는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지난 6개월 동안 이 같은 사기행각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결과 38명의 일당을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피해를 본 어르신들은67명. 드러난 피해금액만 119억원에 이른다.
또 불법 홍보관을 뿌리 뽑으려면 협동조합 등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장소를 늘려 건강식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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