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 넘은 방위비 압박, 한·미동맹 근간 흔든다

2019.11.20 20:35 입력 2019.11.20 21:10 수정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던 미국의 제임스 드하트 수석대표가 지난 19일 회의 시작 80여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드하트 대표는 “한국 측 제안이 공정, 공평한 분담을 바라는 자국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한국 측에 다시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찍 나왔다”고 했다. 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7일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을 관저로 초청해 ‘분담금 50억달러 인상’을 20회 이상 직설적 화법으로 언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기 위해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비상식적인 압박과 외교적 결례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내 한국인 고용원의 임금과 군사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주한미군의 주둔에 필요한 경비 일부를 분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 28년간 양국이 견지해온 이런 원칙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미군의 인건비,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까지 포함해 기존의 5배를 넘는 ‘5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제시한 ‘분담금 50억달러’는 아무 근거도 논리도 없어 미 행정부 관리들이 억지로 액수를 짜맞춘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이미 충분하다. 2018년 한국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2.6%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기준인 2%나 독일 1.2%, 일본 0.9%보다 높다. 평택 기지 건설비용 110억달러의 약 90%를 한국이 부담했다. 한국은 또한 지난 10년간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3번째 나라다. 미국은 이 분담금을 다 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50억달러를 내라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며 한국의 재정능력의 한계도 넘어선다.

위험한 것은 미국이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을 협상 카드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주둔비용을 언급하며 “미국의 유권자들이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고 하더니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도 19일 방위비 협상 결렬 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추측하지 않겠다”고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동맹국으로서의 기본 자세를 의심케 하는 처사이다. 동맹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동맹이라면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로 부담 액수를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미국이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증액을 계속 요구한다면 한국인들의 반미 정서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와 부담을 제시하기 전에는 한국은 절대 굴복할 수 없다는 점을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방위비 인상을 위해 동맹을 흔들면 안된다. 미국은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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