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우롱한 전두환씨가 갈 곳은 골프장 아닌 재판정이다

2019.11.10 21:13 입력 2019.11.10 21:14 수정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근 지인들과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공개됐다. 전씨가 지난 3월 이후 광주지방법원에 재판에 출석할 수 없는 사유로 제시한 알츠하이머가 꾀병임이 드러난 것이다. 전씨는 5·18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을 가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마저 저버린 전씨의 처사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가 촬영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전씨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모습이 아니다. 건강한 사람과 다름없이 골프를 치고 자신의 의사도 명확하게 표현했다. 전씨는 5·18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느냐는 임 부대표의 질문에 “내가 왜 발포 명령 내려? 발포 명령 내릴 위치에도 없었는데 군에서 명령권 없는 사람이 명령해?”라고 응수했다. ‘1000억원이 넘는 추징금과 고액 세금을 언제 납부할 것이냐’는 물음엔 “네가 좀 내줘라”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임 부대표는 전씨에 대해 “걸음걸이와 스윙하는 모습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기력이 넘쳐 보였다”고 말했다. 꾀병으로 시민을 우롱하며 재판을 회피해온 전씨의 뻔뻔함에 말문이 막힌다.

헬기 사격은 신군부의 무자비한 학살을 입증하는 것으로 고 조 신부를 포함해 여러 사람이 이를 증언했다. 경향신문이 10일 확인한 1995년 5월 국군기무사 작성 문건에도 5·18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전씨가 측근들과 헬기 사격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돼 있다. 전씨는 이 대책회의에서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문건에는 “검찰이 헬기 사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면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대목도 있다.

전씨는 ‘광주 학살’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한 일이 없다. 이번에도 전씨는 “광주는 나와 무관하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전씨는 전에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는 거짓말로 시민을 우롱했다. 전씨가 가야 할 곳은 골프장이 아니라 재판정이다. 전씨를 상대로 헬기 사격과 발포 명령 등 5·18의 나머지 진상을 밝히고 추징금도 받아내야 한다. 전씨에 대한 재판이 11일 다시 열린다. 법원은 반드시 전씨를 법정에 불러 세워 진실을 밝히고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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