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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에서 `한국 치안 안심 못한다`는 말 나와서야

입력 : 
2019-08-26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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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남성이 서울 홍대 인근에서 한국을 관광 중이던 일본 여성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폭행을 당한 20대 일본 여성이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동영상에는 한 남성이 일본인 여성들을 위협적으로 뒤따라가며 일본인을 비하하는 표현과 거친 욕설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여성은 트위터에 "갑자기 달려와 머리채를 잡았다"며 "한국의 치안이 너무 안 좋다"고 주장했다. 이 트윗이 수만 번 공유되면서 일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한국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24일 경찰에 출석한 가해 남성은 머리채를 잡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촬영 영상은 조작된 것이고 폭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머리채를 잡은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폭행이다. 해당 남성은 반일 감정 때문에 폭행을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터진 것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게다가 피해 여성은 '친한파' 유튜버로 알려져 있다. 국내 네티즌들도 "이건 정말 아니다" "나라 망신이다" 등 이 남성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27만48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증가했다. 정치 이슈에 민감하지 않은 젊은 층들은 엔고 영향으로 한국 여행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폭행 영상이 인터넷에 확산되며 '치안이 불안한 나라' '폭행이 난무하는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한국 국격의 추락이며 관광산업에도 치명적이다. 혐한을 조장하려는 우익 일본인들에게 괜한 빌미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양국 민간 교류를 막을 수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영상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경찰은 철저히 수사해 사실 관계를 밝히고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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