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용균재단 출범, “위험의 외주화와 차별 없는 일터 만들자”

2019.10.27 20:50 입력 2019.10.27 20:51 수정

지난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이름을 딴 ‘김용균재단’이 지난 26일 출범했다. 비정규직을 철폐해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고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초대 이사장은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맡았다. 아들이 남긴 숙제가 엄마의 삶의 목적이 됐다. 구체적인 활동 목표는 위험의 외주화 근절과 산재 사고 예방·대응, 산재 피해 지원, 비정규직 철폐, 차별 없는 일터 연대 활동 등이다.

지난해 12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김용균’은 보통명사가 되었다. 비정규직이라 차별받고, 위험한 일을 온몸으로 감당해내야 했던 하청노동자들의 불안한 삶을 대변하는 이름이 됐다. 외아들을 잃고 제2, 제3의 김용균을 막아달라 호소한 엄마 덕분에 지난해 말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공개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안은 이대로라면 현실을 전혀 바꿀 수 없는 엉터리로 드러났다. 너무 많은 예외조항과 단서들로, 기업과 자본이 다 법망을 빠져나가고, 정작 ‘김용균’들은 보호할 수 없는 누더기 상태다. 그러는 사이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6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외주·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숨졌다. 지난달만 해도 언론에 보도된 산재 사망사고만 40여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고사망률 압도적 1위인 현실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재단 출범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미숙 이사장은 “내가 김용균”이라며 “용균이가 피켓 든 이유를, 죽음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내가 찾아서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지기 며칠 전 김용균씨는 안전모와 흰 마스크를 쓰고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손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아들이 바라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엄마의 희망이다. 김용균재단에는 정부와 국회가 해결해주지 않는 일들을 끝까지 해보겠다는, 바뀌지 않는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시민들이 연대의 힘을 보태고 있다. 49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헌신했다. 또 한 명의 엄마가 아들의 꿈을 위해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대체 언제까지 우리 어머니들이 척박한 노동현장을 고발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절규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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