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근 후 귀가하던 30대 가장, 만삭 아내 앞에서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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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6.01. 오후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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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야근을 하고 늦게 귀가하던 30대 가장이 아파트에서 투신한 20대 취업준비생 청년에게 부딪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1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9시 48분경 광주 북구 오치동 한 아파트 101동 출입구 장애인용 계단에서 A 씨(39·7급 공무원)가 20층에서 투신자살한 B 씨(25·대학생)와 충돌했다. A 씨는 충돌 직후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2008년 공직에 입문한 A 씨는 전남의 한 지자체에서 근무했다. 그는 공직생활 8년 동안 광주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지각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 그는 사고 당일에도 오후 8시 40분까지 야근을 한 뒤 마지막 광주행 시외버스를 탔다. 그는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 앞 승강장에 내렸다. A 씨는 마중 나온 만삭의 아내(36), 아들(6)과 함께 오순도순 귀가했다. A 씨가 아파트 출입구에 먼저 도착해 아내에게 ‘빨리 와’라고 말하던 순간 하늘에 소주병 한 개가 떨어졌다. “뭐지?”하며 A 씨 아내가 몸을 움찔하는 순간 뭔가가 A 씨를 덮쳤다.

A 씨 가족들은 경찰조사에서 “너무 황당하고 힘들다”고 흐느꼈다. A 씨는 공직생활이 8년밖에 되지 않아 연금을 받지 못할 처지다. A 씨 직장동료는 “그가 외벌이로 경제적 상황을 감안해 버스를 이용해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했다”며 안타까워했다. A 씨가 다니던 해당 지자체는 A 씨가 야근을 하고 퇴근하다 변을 당한 것을 감안해 공무상재해를 추진할 방침이다.

투신한 B 씨는 이달 치러지는 공무원 9급 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며칠 남지 않은 시험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4 두장 분량 유서에 ‘공무원 시험, 외롭다’, ‘사회적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의 가족들은 B 씨가 숨진 슬픔 이외에도 A 씨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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