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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佛피아니스트, 국악 산조를 만나다

전지현 기자
입력 : 
2015-10-15 04:01:04
수정 : 
2015-10-15 09: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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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아노가 새옷을 입었다" 로랑 권지니 산조 작곡·연주…기타리스트 함춘호와 작업
사물놀이 만난후 13년째 심취…15~17일 국립국악원과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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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로랑 권지니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로랑 권지니(46)는 한국 민속음악 산조(散調·기악 독주곡)에 겁을 먹었다. 지난 2월 류형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50)이 작곡을 제안했을 때 많이 망설였다. 권지니는 "산조는 아주 깊은 한국 전통음악이다. 전통을 존중하기 때문에 수년간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짧은 기간에 작곡하는 게 두려웠지만 공동 작업에 끌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원래 호기심이 강한 음악가다. 피아노 외에도 타악기, 오르간, 트럼펫, 화성, 지휘, 즉흥연주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한때는 탱고에 빠져 남미투어를 다녔고 연극과 뮤지컬에 참여했다. 현재 파리 오케스트라 합창단에서 바리톤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늘 새로운 선율에 갈증을 느꼈던 그는 2002년 한국 음악에 매료됐다. 사물놀이 김덕수, 작곡가 원일,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 등 대가들과 협연하면서 국악의 정수를 배웠다. 2007년 '아리랑'과 '사노라면' 등 한국 노래를 담은 솔로 음반을 발표했을 정도로 애정이 깊어졌다. 이번에는 산조에 푹 빠졌다. 그는 "산조를 배울 때마다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됐다. 산조의 결을 따라가다 보니 내 피아노가 새 옷을 입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한국 음악을 깊이 이해하는 그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법을 고안한 피아노 산조 협주곡을 초연한다. 15~1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창작악단이 연주할 관현악 파트 작곡은 김대성(48)이 맡았다.

열정과 섬세함으로 음악을 빚는 권지니는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국악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대화 형식과 대비, 전체 합주 등 모든 제약을 존중하려 애썼다. 한국 전통악기로 연주할 수 있는 선율을 쓰면서 산조 형식을 바탕으로 협주곡을 썼다"고 설명했다.

김대성은 "산조의 전형적인 구성인 '진양'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작품은 '휘모리'까지 연결돼 진행한다. '중모리' 다음에 '엇모리'가 연주되는 점이 특이하다. 힘든 공동 작곡 과정을 겪으면서 새로운 문화적 만남의 가능성을 느꼈고 새로운 음악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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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타리스트 함춘호(50)도 한국 기악 독주곡의 정점에 있는 산조의 장단과 선율 구조를 연구해 기타 산조를 들려준다. 그와 류 감독이 공동 작곡했다. 서양 악기는 농현(弄絃·줄을 흔들어 떠는 소리)과 떨림 등 국악기 특유의 시김새(장식음) 표현이 어렵기 때문에 더 색다른 산조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악곡인 민요, 판소리와 협연하는 국악관현악 무대도 마련된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과 함께 '성주풀이와 화초사거리'와 '바람과 나무와 땅의 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류 감독은 "국악이 다양한 악기와 음악적 경계를 넘나들어야 세계화와 대중화를 이룰 수 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세상의 다양한 악기들이 '산조'라는 옷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길 바라며 국악관현악단만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국악관현악 산조'도 많이 들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 지휘는 김경희 숙명여대 교수가 맡는다. (02)580-3300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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