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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기 당선작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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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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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수기 당선작 서울대학교 ♡

실밥이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고장난 검은가방.
그리고 색바랜옷..가진것 중에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것은 오직 책과 영어사전뿐이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나는 칠판을지우고 물걸레질을 하는 등의 허드렛일을하며 강의를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지우개를 들고 이교실 저교실 바쁘게 옮겨 다녀야했고 수업이 시작되면 머리에 하얗게 분필 가루를 뒤집어 쓴채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했다.

엄마를 닮아 숫기가 없는 나는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소아마비다. 하지만 난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가슴속에선 앞날에 대한 희망이 고등어 등짝 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였다.

짧은 오른쪽 다리 때문에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가을에 입던 홑 잠바를 한겨울에까지 입어야 하는 가난속에서도 나는이를 악물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추운 어느 겨울날 책 살돈이 필요했던 나는 엄마가 생선을 팔고있는 시장에 찾아갔다
그런데 몇 걸음 뒤에서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차마 더이상 엄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눈물을 참으며 그냥 돌아서야 했다.

엄마는 낡은 목도리를 머리까지 칭칭 감고 질척이는 시장 바닥의 좌판에 돌아 앉아 김치 하나로 차가운 도시락을 먹고 계셨던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졸음을 깨려고 몇번이고 머리를 책상에 부딪혀 가며 밤새워 공부했다. 가엾은 나의 엄마를 위해서..

내가 어릴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형과 나 두 아들을 힘겹게 키우셨다.

형은 불행히도 나와 같은 장애인이다. 중증 뇌성마비인 형은 심한 언어장애 때문에 말한마디 를 하려면 얼굴 전체가 뒤틀려 무서운 느낌마저 들정도 이다.

그러나 형은 엄마가 잘 아는 과일 도매상에서 리어카로 과일 상자를 나르며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도왔다 그런 형을 생각하며 나는 더욱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그뒤 시간이 흘러 그토록 바라던 서울대에 합격하던 날 나는 합격 통지서를 들고 제일 먼저 엄마가 계신 시장으로 달려갔다.

그날도 엄마는 좌판을 등지고 앉아 꾸역꾸역 찬 밥을 드시고 있었다.

그때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등 뒤에서 엄마의 지친 어깨를 힘껏 안아 드렸다.
"엄마 엄마 나 합격했어..."
나는 눈물 때문에 더이상 엄마 얼굴을 볼수 없었다.

엄마도 드시던 밥을 채 삼키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시장 골목에서 한참동안 나를 꼬옥 안아 주셨다.

그날 엄마는 찾아오는 단골손님 들에게 함지박 가득 담겨있는 생선들을 돈도 받지 않고 모두 내 주셨다.

그리고 형은 자신이 끌고 다니는 리어카에 나를 태운 뒤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내게 입혀주고는 알아 들을 수도없는 말로 나를 자랑하며 시장을 몇바퀴나 돌았다.

그때 나는 시퍼렇게 얼어있던 형의 얼굴에서 기쁨의 눈물이 흘러 내리는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시장 한구석에 있는 순대국밥 집에서 우리 가족 셋은 오랜만에 함께 밥을 먹었다.

엄마는 지나간 모진 세월의 슬픔이 북받치셨는지 국밥 한 그릇을 다 들지 못하셨다.

그저 색 바랜 국방색 전대로 눈물만 찍으며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너희 아버지가 살아 있따면 기뻐했을텐데.. 너희들은 아버지를 이해해야 한다 원래 심성은 고운 분이다

그토록 모질게 엄마를 때릴 만큼 독한 사람은 아니었어 계속되는 사업 실패와 지겨운 가난 때문에 매일 술로 사셨던거야 그리고 할 말은 아니지만..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몸이 성치 않은 자식을 둔 애비 심정이 오죽 했겠냐

내일은 아침 일찍 아버지께 가봐야겠다 가서 이 기쁜소식을 얼른 알려야지"

내가 어릴때 부모님은 자주 다투셨는데 늘 술에 취해있던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들 앞에서 엄마를 때렸다.

그러다가 하루 종일 겨울 비가 내리던 어느날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유서 한장만 달랑 남긴채 끝내 세상을 버리고 말았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나는 우등상을 받기 위해 단상위로 올라가다가 중심이 흔들리는 바람에 그만 계단 중간에서 넘어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움직이지 못할만큼 온 몸이 아팠다.

그때 부리나케 달려오신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얼른 나를 일으켜 세우셨다.

잠시 뒤 나는 흙묻은 교복을 털어주시는 엄마를 힘껏안았고 그순간 내등뒤로 많은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들려 왔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매점에 들렀는데 여학생들이 여러 앉아 있었다.
그날따라 절룩거리며 그들 앞을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구석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 내모습이 측은해 보일까봐 그래서 혹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까봐 주머니 속의 동전만 만지작 거리다가 그냥 열람실로 돌아왔다.

그리곤 흰 연습장 위에 이렇게 적었다
'어둠은 내릴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어둠에서
다시 밝아질 것이다'

이제 내게 남은건 굽이굽이 고개 넘어 풀꽃과 함께 누워계신 내 아버지를 용서하고 지루한 어둠속에서도 꽃 등처럼 환히 나를 깨어준 엄마와 형에게 사랑을 되갚는 일이다.

지금 형은 집안일을 도우면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있다.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 한시간씩 큰소리로 더듬더듬 책을 읽어가며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발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채 오늘도 나는 온종일 형을 도와 과일상자를 나르고 밤이 되서야 일을 마쳤다.

그리고 늦은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보며 문득 앙드레 말로의 말을 떠올렸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꿈을 닮아 간다' 는 너무도 아름다운 말이다.

◈위의 글은 10년전 서울대학교 합격자 생활 수기 공모에서 고른 글이다

그후 이 학생은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하여 지금은 미국에서 우주항공을 전공하여 박사과정에 있으며 국내의 굴지 기업에서 전부 뒷바라지를 하고 있으며 어머니와 형을 모두 미국으로 모시고 가서 같이 공부하면서 가족 들을 보살핀다고 한다

이글은 한번만 읽기보다는 두서너 번 읽을수록 가슴에 뜨거운 전류가 흐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힘들고 고통 스러울적에 올라가던 암벽에서 생명줄인 밧줄을 놓아 버리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요즘 우리사람들은 사랑이나 행복 성공을 너무 쉽게 얻으려고 하고 노력도 해보기전 너무도 쉽게 포기하려고 한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수 있다는것을 우리들은 이런글에서 배워야 하리라

언제나 함께하고 사랑하면서 늘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만 함께하시길...
 
푸른 솔
푸른 솔

오늘도 내일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