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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택시요금 인상으로 이어진 차량공유 규제의 역습

입력 : 
2019-09-24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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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10월 100여 개 법인택시회사와 손잡고 대형택시 서비스인 '라이언 택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을 래핑한 '카니발'과 '스타렉스' 등 승합차 700~800대를 서울·경기·인천에서 운행할 예정이다. 승합차라는 점과 강제배차, 수요에 따라 요금을 달리 매기는 '탄력요금제' 등은 영락없이 '타다'를 떠올리게 한다. 기존 택시요금보다 20~40% 비싼 것도 닮았다. 타다는 모범택시보다 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승차수요가 몰리면서 탄력요금제 적용이 늘고, 장거리 요금추가로 할증이 커지면서 비싸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차량공유를 둘러싼 모빌리티와 택시 업계의 1년여간의 갈등이 정부 개입으로 봉합됐지만 결국 택시요금만 올린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카카오가 지난해 12월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든 것은 자가용의 빈자리를 공유하는 카풀서비스로 택시보다 싼 요금을 적용하고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는 '공유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택시 업계가 격렬히 반발하면서 카풀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7월 정부가 '플랫폼 택시'를 합법화하면서 택시 면허를 매입하거나 기여금을 내도록 하자 카카오는 택시 업계와 본격적으로 손잡기에 나섰다. 최근 법인택시회사 50여 곳이 가맹한 최대 택시가맹사업자이자 고가택시 '웨이고블루'를 운영하는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했다.

당초 택시의 승차거부, 불친절한 서비스 개선과 택시보다 저렴한 비용을 표방하고 등장했던 스타트업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자금력 있는 기업들이 면허 매입에 나서는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택시제도를 개편하면서 혁신성장의 핵심인 공유경제 육성을 외면하고 택시 업계의 손을 들어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혁신을 통한 편익 확대는커녕 요금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만 커지게 됐다. 우버, 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고 무인 완전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상황에서 아직도 모빌리티혁신이 택시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정부는 언제까지 한국을 모빌리티 갈라파고스로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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